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내수 침체로 주요기업들의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상위권 기업 중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반도체 칩 생산 현장. <한겨레> 자료 사진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주요기업들의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경기 침체 탓이다.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상위 100대 기업 중에서도 격차가 벌어져 양극화 양상이 뚜렷해진 것도 특징적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100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해 23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397조3천억원으로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상반기 350조9천억원에 견줘 13.2%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은 323조2천억원에서 326조3천억원으로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많이 증가함에 따라 올 상반기 100대 기업의 해외시장 의존도(해외시장 매출액/ 전체 매출액)는 54.9%로, 2019년 상반기(52.1%)보다 2.8%포인트 높아졌다. 이번 분석 대상은 연결재무제표상 지역별 매출액을 공시하는 기업 중 2020년 연간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이다.
국내 매출 실적에서 기업규모별 양극화가 뚜렷했다. 상위 20대 기업의 올 상반기 국내 매출은 148조1천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 131조원보다 13.1% 늘어난 반면, 하위 80대 기업은 192조2천억원에서 178조2천억원으로 7.3% 줄었다. 같은 기간 상위 20% 매출을 하위 20% 매출로 나눈 5분위 배율은 10.7배에서 11.3배로 높아졌다. 내수 시장에서 기업규모별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지역별 해외 매출을 보면, 지난해 연말 이후 백신 접종이 본격화됐던 미주, 유럽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100대 기업의 올 상반기 미주 지역 매출은 127조8천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 103조8천억원에 견줘 23.1% 늘었다. 같은 기간 유럽 지역 매출은 63조6천억원에서 80조1천억원으로 25.9% 증가했다. 반면, 백신 접종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아시아 지역 매출은 138조원에서 140조2천억원으로 1.6%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해외 매출에서도 기업규모별 양극화가 뚜렷했다. 100대 기업 모두에서 해외 매출이 늘긴 했지만, 증가 폭에서 차이가 컸다. 상위 20대 기업의 올 상반기 해외 매출은 291조1천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 247조9천억원 대비 17.4% 늘어난 데 견줘 하위 80대 기업에선 103조원에서 106조2천억원으로 3.1%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의약의료, 전기전자, 운수장비, 철강금속, 음식료업, 화학 등 6개 업종에서 2019년 상반기보다 국내외 매출이 모두 늘어난 반면, 기계, 조선, 서비스 등 3개 업종에선 모두 줄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내수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