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원유 저장 시설. <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이 경영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재확산, 금리 인상과 함께 3대 부담으로 지목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10개사(대기업 104개, 중소기업 206개)를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의 경영 영향 정도에 대해 ‘심각한 악영향’ 36.1%, ‘다소 악영향’ 45.5%, ‘영향 없음’ 18.4%로 나타났다. 악영향을 받는다는 답이 81.6%에 이른 셈이다. 이어 ‘코로나 재확산’ 80.6%, ‘금리 인상’ 67.7%, ‘기후변화 등 환경이슈 대응’ 47.4%, ‘미·중간 무역갈등’ 46.8% 순이었다.
화학업계 ㄱ사는 “건설경기가 회복돼 매출이 증가했어도 물류비 상승에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쳤다”며 “순이익은 오히려 10~20% 감소한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부품업계 ㄴ사 역시 “알루미늄 가격이 지난해보다 35%나 급등했지만 납품 계약상 원가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라며 “일만 늘고 남는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26일) 전에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6.5%는 ‘코로나 재확산이 심상찮은 만큼 금리 인상은 내년 이후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가계부채와 자산시장 과열 등으로 연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기업은 27.8%(‘위기상황 감안해 연내 한차례 소폭 인상’ 22.3%, ‘연내 두 차례 소폭 인상’ 5.5%)로 나타났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총이자 비용이 영업이익보다 커 이자 지급 능력이 취약한 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이 2019년 35.1%에서 2020년 39.7%로 늘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절반을 넘는 50.9%(대기업 28.8%)에 이른다.
상반기 경제지표가 개선됐음에도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다’고 답한 기업은 18.7%에 그쳤다. ‘극복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77.5%에 이르렀다. 다만 이 중에서도 ‘현재 영업상황이 좋지 않지만 점차 호전될 것’이란 응답이 57.8%로 다수를 차지했다. ‘코로나 진정 후에도 영업상황이 호전되기 힘들 것’이란 답은 19.7%였다.
‘대선 시즌, 정치권에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는 75.8%의 기업이 ‘코로나 위기와 경제 현안 해결에 집중해 줄 것’(‘반드시 필요’ 27.7%, ‘필요’ 48.1%)을 주문했다. ‘저성장 함정 극복 및 지속발전의 비전과 해법 제시’ 69.4%, ‘경제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공약의 자제’를 주문하는 응답이 62.3%로 그 뒤를 이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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