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가운데)이 지난 2014년 8월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아버지는 자동차를 사랑하는 분이셨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을 이렇게 칭했다. 22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정 명예회장을 대신해 수상자로 참석해서다.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지난해 정몽구 명예회장을 2020년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선정했다. 한국인 최초다.
1939년 설립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남을 성과와 업적을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과 이바지를 한 인물을 매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명예로운 자리에 오름)한다.
역대 수상자는 1967년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 1969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1984년 벤츠 창립자 칼 벤츠, 1989년 혼다 창립자 혼다 소이치로, 2018년 도요타 창립자 도요다 기이치로 등이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 명예의 전당 기념관에서 열린 헌액 전야 행사에서 램지 허미즈 자동차 명예의 전당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가운데)이 지난 2005년 3월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중형 승용차인 쏘나타 하체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자동차 명예의 전당 쪽은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성공 반열에 올린 글로벌 업계 리더”라며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 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 구조 구축 등 그의 성과는 자동차 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했다. 명예의 전당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와 올해 헌액식을 통합해 열었다.
헌액식에 대리 참석한 정의선 회장은 “아버지는 존재감이 없던 현대차그룹을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키셨다”며 “탁월한 품질과 성능을 향한 지치지 않는 열정이 현대차그룹 제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는 수많은 위기와 도전을 이겨내고 현대차그룹을 직원과 고객, 딜러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로 도약시키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다”며 “그의 경험과 철학, 통찰은 현대차그룹이 더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헌액식에는 정 회장과 부인 정지선씨, 정성이 이노션 고문, 선두훈 영훈의료재단 이사장,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회장, 정명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브랜드 부문 사장,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 등 가족이 함께 참석했다.
헌액식에선 정 명예회장을 위한 헌정 영상을 상영하고,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와 전기차 아이오닉5 등을 전시했다. 정 명예회장의 자필 서명을 음각한 대리석 명판은 디트로이트 명소인 자동차 명예의 전당 기념관에 영구 전시한다.
정 명예회장은 1938년 강원도 통천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경복고,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나온 뒤 서른셋 나이인 1970년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같은 해 현대자동차 서울사업소 부품과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50년 자동차 외길 인생을 시작했다.
1991년 현대차 최초의 사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갤로퍼를 출시해 시장에 바람을 일으켰고, 2001년 ‘현장 품질 경영’을 선언하며 ‘품질 떨어지는 값싼 한국 차’라는 굴레를 쓴 현대차와 기아가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학창 시절 럭비 등 운동을 좋아했고 소주를 많이 마시면 다음날 아침 꼭 라면으로 해장하는, 거구에 소탈한 품성을 가졌다. 정 명예회장의 회장 재직 기간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 누적 판매량은 1억857만대에 이른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