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2022 K5’ 하이브리드 앞모습. 기아 제공
완성차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부품사 단체인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양대 노총은 지난 12일 국회에 건의문을 냈다. 여기엔 하이브리드 자동차(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같이 사용하는 차)의 세금 혜택을 연장해달라는 내용이 콕 집어 들어갔다.
건의문 작성을 담당한 실무자는 “현재 하이브리드차에 적용 중인 세금 공제 혜택이 올해 모두 종료된다”며 “정부가 개별소비세는 감면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했으나 취득세의 경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기존 감면을 유지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친환경차를 살 때 적용받는 세금 혜택은 크게 둘이다. 찻값의 5%(올해 연말까진 3.5% 적용)인 개별소비세는 수소전기차 400만원, 전기차 300만원, 하이브리드차 100만원을 각각 깎아준다. 취득가격의 7%(승용차 기준)를 세금으로 내는 취득세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140만원, 하이브리드차는 40만원을 감면받을 수 있다.
감면이 적용된 개별소비세액의 30%인 교육세와 자동차 출고가격에 개별소비세·교육세를 더한 금액의 10%를 물리는 부가가치세까지 고려하면 현재 하이브리드차 구매자가 감면받은 전체 공제액은 183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올해 친환경차 취득세와 하이브리드차의 개별소비세 감면 조처가 일몰을 맞았다는 점이다. 이중 하이브리드차 개별소비세와 하이브리드차를 뺀 친환경차 취득세 감면 혜택은 연장하기로 정부가 가닥을 잡은 상태다. 남은 건 하이브리드차의 취득세 공제 유지 여부다.
정부는 그간 하이브리드 차 취득세 공제액을 꾸준히 축소해 왔다. 공제액은 2019년 140만원에서 지난해 100만원, 올해는 40만원으로 줄었다. 취득세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하이브리드 차 취득세 공제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라지만, 업계는 정부가 빡빡한 지방자치단체 살림을 고려해 기존 혜택을 없앨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등은 하이브리드 차 세제 혜택 유지를 넘어 외려 혜택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친환경이라는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데다, 급격한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 충격 등을 하이브리드 차가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이브리드 찻값은 기존 내연기관 차보다 높게는 500만원 넘게 비싸다. 외부 충전소를 이용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가 올해 정부의 구매 보조금(대당 500만원) 지급 폐지로 인해 ‘판매 절벽’을 맞은 만큼 일반 하이브리드 차도 세금 혜택이 줄면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최근 국내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이끄는 게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점도 업계 요구를 뒷받침한다. 국내 친환경차 등록 대수는 지난 6월말 현재 약 97만대로 1년 전에 견줘 41% 늘었다. 이중 하이브리드 차가 79만대가량으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반의 취득세 공제 연장 여부를 부처 협의 등을 하며 검토 중”이라며 “이달 중 확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달 말 국회에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비와 환경 규제 등으로 갈수록 팔기 어려워지고 전기차는 아직 적자가 나는 터라 핵심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게 하이브리드 자동차뿐”이라며 “정부도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차 구매 인센티브를 한시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