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경차의 종말’은 틀렸다…‘역주행 레이’ 인기 타고 부활할까

등록 2021-07-05 08:59수정 2021-07-05 14:35

지난해 10만대도 못판 경차, 1년새 판매 40% 급증
기아 ‘레이’ 이례적 인기 가운데 차박·배달 수요 몰려
현대 19년만에 ‘AX1’ 출시 주목…신차 기대감 커져
기아 ‘더 2022 레이’. 기아 제공
기아 ‘더 2022 레이’. 기아 제공

“역시 조그만 차는 안 되나 봐.”

지난해 자동차 업계에선 이런 말이 돌았다. 국내 경차 신차 판매량(수입차 제외)이 13년 만에 10만대 밑으로 굴러떨어져서다. 한때는 경차가 연간 20만대 팔려나가며 신차 5대 중 1대가량을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점점 크고 비싼 차를 선호하며 경차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경차 부활 기대감 높인 ‘레이’의 선전

작은 반전은 최근 들어 일어났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올해 1∼6월 경차 판매 대수는 4만75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오히려 0.5% 늘어났다. 판매량 선방에 기여한 건 기아 ‘레이’(Ray)의 이례적인 인기다.

레이는 올 상반기 1만8518대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0%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올해 들어 6월까지 기아에서 레이보다 많이 판매된 승용차는 K5(3만6345대)와 K8(2만1766대)뿐이다. 레이 판매량은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스포티지보다도 3배가량 많았다.

경차 부활의 신호탄일까? 레이의 깜짝 판매 실적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현재 판매 중인 레이 차량은 2011년 출시된 후 한 차례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을 거친 구형이기 때문이다.

기아 영업본부는 “레이의 판매 호조는 캠핑과 차박, 배달, 애프터서비스 업체, 렌터카 등의 수요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레이 차량을 잘 아는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사실 레이로 차박을 해보면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면서 “이보다는 모닝 등 다른 경차보다 공간 활용성이 좋고 찻값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소상공인의 구매가 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배기량 1천cc 미만인 경차는 차 크기도 길이 3.7m, 너비 1.6m, 높이 2m 이하로 제한된다. 차 높이를 네모반듯하게 끌어올린 박스카(상자 모양 자동차)인 레이는 해치백 모양인 기아 모닝, 쉐보레 스파크보다 실내 적재 공간이 훨씬 넓다. 자영업자가 ‘가성비’ 차로 애용해온 한국지엠(GM)의 경상용차 다마스, 라보가 최근 공식 단종된 것도 레이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 배경으로 꼽힌다.

레이의 판매 반등을 반가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경차도 국내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간 완성차 업체는 경차 개발과 생산에 소극적이었다.

실제로 레이와 함께 ‘경차 삼총사’로 불리는 스파크와 모닝 3세대 차량이 시장에 나온 게 지난 2015년과 2017년이다. 이후 4년 넘게 한국 시장은 경차 신차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소비자 수요가 줄고 자동차 제조사도 마진이 적은 경차를 적극적으로 만들지 않아서다. 작은 차가 큰 인기를 누리는 유럽, 일본 시장과 대조적이다.

 광주모터스 경차에 쏠리는 눈

관심사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4년 반 만에 선보이는 신차가 레이가 지핀 경차 시장의 불씨를 이어갈지다. 현대차와 광주시가 투자 협약을 맺고 2019년 설립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오는 9월 경차 SUV인 ‘AX1’(프로젝트 이름)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가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에 선보이는 경차다. 일본에서 경형 SUV인 스즈키가 만든 ‘짐니’ 등이 큰 인기를 얻은 것처럼,  AX1이 국내 경차 시장을 재편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나온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완성차 노동자 임금의 절반을 주는 대신 일자리는 두배 늘린다’는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전략(광주형일자리)의 일환으로 세워진 기업이다.

한국지엠이 국내에서 개발 중인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도 경차 출시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차량은 다마스와 라보를 생산했고 현재 스파크를 만드는 창원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이다. 다만 한국지엠 관계자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여서 새 CUV가 어떤 급으로 나올 거라 말하기 어렵다”며 “SUV보다 작지만, 경차보다는 큰 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경차 가격이 많이 오르며 수요자도 바로 윗급의 소형이나 준중형차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자동차 제조사도 경기 변동에 따라 수요가 들쭉날쭉한 경차 생산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 출시되는 경차가 시장에서 흥행하려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뿐 아니라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는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1.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삼성 반도체 1분기 ‘적자전환’ 전망…연간 영업익 ‘반토막’ 가능성 2.

삼성 반도체 1분기 ‘적자전환’ 전망…연간 영업익 ‘반토막’ 가능성

‘적자 수렁’에 갇힌 K배터리 3.

‘적자 수렁’에 갇힌 K배터리

마지막 ‘줍줍’…세종 무순위 아파트 3가구 120만명 몰렸다 4.

마지막 ‘줍줍’…세종 무순위 아파트 3가구 120만명 몰렸다

슬금슬금 엔화 강세…20개월 만에 100엔당 950원 넘어 5.

슬금슬금 엔화 강세…20개월 만에 100엔당 950원 넘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