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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단독] 쌍용차 인수 나선 ‘에디슨모터스’ 정체는…미다스의 손? 봉이 김선달?

등록 2021-06-29 04:59수정 2021-06-29 21:52

상장사 쎄미시스코 인수 공시 후 주가 6배 뛰어
인수자금 사실상 ‘0원’…투자조합은 570억 평가차익
조합 지분 매도시 주가 하락 가능성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 제공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 제공

미다스의 손인가 거품인가.

쌍용차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전기버스 회사 에디슨모터스가 다른 한편에서 ‘전기차’ 사업 진출이란 명목으로 코스닥 상장사 경영권 인수에 나선 뒤 해당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영권 인수 과정이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에 가까운 데다 의도적으로 규제를 회피한 정황도 엿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한 달새 주가 6배 폭등

28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이날 코스닥 상장회사 쎄미시스코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73% 오른 주당 4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5월 28일 주당 7100원(종가 기준)에 불과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6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검사 장비 제조업과 전기차 사업을 주된 업으로 하는 이 회사는 연간 100억원 남짓 매출을 올리고는 있으나 수년째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직원 수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중소기업이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수직 상승한 건 에디슨모터스의 모회사인 에너지솔루션즈가 지난 5월 31일 쎄미시스코 경영권 인수를 한다는 공시가 나오면서부터다. 쎄미시스코가 진행할 유상증자에 에너지솔루션즈가 참여해 지분 16.7%를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그 직후 에디슨모터스 쪽은 “전기차 사업을 확대하고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를 넘어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거래량이 폭증하며 10억원에도 못 미치던 쎄미시스코의 하루 주식 거래대금이 수백억 원으로 늘며 주가는 뜀박질을 시작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수상쩍은 자금 흐름

주목할 점은 자금 흐름이다. 통상적인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와는 인수 구조가 크게 달라서다. 우선 에너지솔루션즈는 쎄미시스코 유상증자에 참여해 70억원어치의 신주를 사들인다. 나아가 이 회사는 연내 280억원을 추가 투자해 쎄미시스코 지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투자금은 고스란히 에너지솔루션즈로 돌아올 예정이다. 쎄미시스코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회사채를 발행해 2천억원을 마련하고, 이 돈을 에너지솔루션즈 자회사인 에디슨모터스에 재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상장사를 인수하고 여기에 투자금 1650억원까지 조달하는 모양새다. 일부에선 쌍용차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에디슨모터스가 쎄미시스코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최병철 창원대 세무학과 교수(회계사)는 “사실상의 기업 간 상호 출자를 통해 무자본으로 상장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회사가 공시한 자금 납입 일정과 사업 계획 등이 앞으로 제대로 진행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거래에 에디슨모터스의 강영권 대표 지인 등 수십 명이 중간에 끼어 있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강 대표의 지인 등 수십 명은 314억원을 투자해 쎄미시스코의 기존 최대 주주(이순종 대표 및 특수관계인)가 들고 있던 지분 31.5%(약 213만 주)를 사들였다. 이들 지인 등은 투자조합 6개를 만들어 이 거래에 참여했다. 6개 조합은 이달 30일 지분 인수 대금의 잔금을 치를 예정이다.

보호예수가 없다…쎄미시스코 주가 유지될까

한껏 치솟은 쎄미시스코의 주가가 유지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앞으로 대규모 주식 매도 물량이 풀릴 여지가 있어서다. 쎄미시스코의 기존 최대 주주 지분을 사들인 6개 조합이 언제든지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쎄미시스코 주식을 주당 1만5천원에 사들인 터라 이미 600억원에 가까운 평가차익을 누리고 있다. 특히 이들 조합들엔 상장사 신주 취득 뒤 일정 기간 주식 매도를 제한하는 ‘보호 예수’도 걸려 있지 않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현행 규정대로라면 민법상 조합이 상장사의 최대 주주가 될 경우 1년간 보유 지분을 팔 수 없는 규제가 적용된다. 규제를 피하려고 여러 조합이 지분을 쪼개서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년간 차익 실현을 제한하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들이 의도적으로 지분을 나눠 매입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다만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 수익에서 만족하고 주식을 팔지는 그들(6개 조합의 조합원)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적어도 1∼2년 정도 지분을 들고 있겠다는 내부적인 약속은 있었다”고 했다.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잠재 물량은 더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경영권 인수 발표 직후 쎄미시스코의 자사주 약 26만 주 가량을 사들인 ‘문라이트 투자조합’ 등 3곳이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어서다. 이들의 주식 매입 평균 가격은 7100원에 불과하다. 이들 조합에도 보호 예수는 걸려 있지 않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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