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케이티의 ‘흑역사’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요

등록 2019-03-29 19:26수정 2019-03-29 22:45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포함해 6명의 케이티(KT) 부정채용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서유열 전 케이티 홈고객부문 사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포함해 6명의 케이티(KT) 부정채용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서유열 전 케이티 홈고객부문 사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부모님이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노조 간부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최근 케이티(KT) 직원이 사석에서 한 말입니다. 농담이지만, 최근 터진 케이티 채용비리 사태에 케이티 직원들이 얼마나 마음을 다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말이어서 함께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통신·정보기술(IT) 업계를 담당하고 있는 김재섭입니다. 케이티는 최근 이석채 전 회장 시절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포함해 6명을 부정채용했다는 의혹에 이어, 황창규 현 회장이 취임 이후 로비를 목적으로 14명의 유력인사를 경영고문으로 위촉해 고액의 보수를 지급했다는 의혹까지 터지면서 바람 잘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케이티는 채용비리나 로비가 만연한가요?”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케이티의 전·현직 고위임원, 노조 간부 등 여러 관계자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케이티는 공기업이었다가 2002년 민영화됐습니다. 이후 이용경(2002년 8월~2005년 8월), 남중수(2005년 8월~2008년 11월), 이석채(2009년 1월~2013년 11월), 황창규(2014년 1월~) 등 4명의 회장이 있었습니다. 이 중 이용경·남중수 전 회장은 소위 ‘케이티맨’, 즉 케이티 출신이었습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케이티의 채용비리가 심각해진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낙하산’으로 케이티 최고경영자에 오른 이석채 전 회장(김영삼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청와대 경제수석) 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캠프와 청와대에 정권 창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력서’가 쌓입니다. 정권을 유지하고 재창출하려면 이 이력서들을 소화해야 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공기업을 포함해 말을 잘 듣는 기업과 기관에 낙하산으로 새 최고경영자를 보낸 뒤 이 이력서를 받게 하는 겁니다.”(케이티 전 임원) 이명박 정부에서 이석채 전 회장을 앉힌 뒤 ‘이력서 해소’를 주문하다 보니 고문·자문 채용만으로는 부족해 신입사원 공채까지 손을 대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30여개에 그치던 케이티 자회사나 투자회사가 이석채 전 회장 시절 50여개로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합니다.

그럼 채용비리가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로까지 번지는 이유는 뭘까요. 한 노조 간부의 말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 그쪽 캠프와 청와대에도 이력서가 쌓였을 거 아닙니까. 삼성전자 출신인 황 회장도 이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논란’을 빚으며 취임했습니다. 취임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입니까. 이석채 회장 시절 채용된 고문·자문·임원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경영위기를 이유로 직원 8300명을 내보냈습니다. 새 물을 받기 위해 연못을 비운 것 아닐까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케이티 최고경영자를 지낸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자리는 가기도 어렵지만, 일단 앉으면 스스로는 절대 내려올 수 없다고 합니다. 화려한 의전과 급여 때문입니다. “케이티 회장이 서울역에 뜨면 삼남지방의 조직이 회장 영접 준비에 나섭니다. 4대 재벌 회장 의전과 비교해도 결코 빠지지 않을 겁니다.” 급여도 만만치 않습니다. 황 회장의 경우, 2014년 취임 뒤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총 117억원(주식 지급 포함·퇴직금 제외)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케이티에서는 최고경영자가 교체될 때마다 사내의 ‘실세’도 바뀝니다. 이렇게 실세가 된 경영진과 고위임원들은 회장이 교체되지 않게 하기 위해 로비 등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립니다. 또 어차피 만연한 채용비리에 자신이나 지인의 자식을 끼워넣을 욕심이 생기지 않을까요. 실제로 황 회장 측근 고위임원 자녀들의 채용비리 얘기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케이티는 그동안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분리돼 있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터져나오는 의혹들을 보면 ‘무늬만 모범’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권의 ‘이력서 소화’ 요구를 온몸으로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이 최고경영자로 선임돼야 합니다. 연임이나 입각·출마 욕심이 없는 사람이어야 가능해요.” “노조가 민주노조로 변신해, 경영진은 물론이고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는지를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관계자들이 제시하는 해결방법입니다.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케이티는 언제쯤 흑역사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까요.

김재섭 산업팀 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삼성전자 반도체 성과급이 겨우…모바일은 연봉 44% 주는데 1.

삼성전자 반도체 성과급이 겨우…모바일은 연봉 44% 주는데

“트럼프, 취임 첫날 행정명령 25개 사인할 것” 2.

“트럼프, 취임 첫날 행정명령 25개 사인할 것”

트럼프 취임식 가는 정용진 “대미 창구 빨리 개선돼야” 3.

트럼프 취임식 가는 정용진 “대미 창구 빨리 개선돼야”

독감 유행에…5개 보험사, 4분기 실손 손실액 4800억 추정 4.

독감 유행에…5개 보험사, 4분기 실손 손실액 4800억 추정

새해에도 펄펄 나는 하이닉스, 날개 못펴는 삼성전자 5.

새해에도 펄펄 나는 하이닉스, 날개 못펴는 삼성전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