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7월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전자상거래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위메프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임직원의 실질급여 감소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간외근로수당을 급여에 일괄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지난달부터 폐지했다. 연합뉴스
위메프가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 6월 선제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지 한달 만에 초과노동시간이 44.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 폐지가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메프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지난 6월 한달 동안 전체 임직원들의 근무시간과 급여 내용을 분석해 폐지 전인 5월과 비교해본 결과, 임직원 1명당 초과노동시간이 월 9.82시간에서 5.46시간으로 44.4% 감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전체 노동시간은 41.27시간으로 지난 1일 시행된 주 52시간 노동 상한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저녁식사를 사내식당에서 하는 인원도 절반 이상 줄었고, 자정 이후 퇴근하던 직원을 대상으로 지급되던 택시비 지원도 3분의 1로 줄었다.
초과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임직원 1명당 초과근로수당은 3배 넘게 올랐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면서 전체 연봉의 20%를 차지하던 고정연장근로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했기 때문이다. 고정연장근로수당은 한달에 특정 시간을 연장(휴일·야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해 실제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수당을 말한다. 이 수당이 기본급에 산입돼 연장근로수당 책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올라 초과근로수당도 늘어난 것이다.
당연히 직원들 반응이 좋다. 상품기획부에서 근무하는 위아무개(25)씨는 “성수기에 야근이 좀 많은 편이었고, 눈치보기 야근도 적지 않았는데 칼퇴근 문화가 정착되면서 저녁에 영어 공부나 블로그 관리 등 ‘여가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꼭 필요한 일은 야근을 신청하고, 원래 지급되지 않던 수당도 나오니까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 시스템 개발 업무를 하는 신아무개(30)씨는 “칼퇴근이 가능해져 퇴근 후 운동도 시작했고 남편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며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을 전후해 정보기술(IT) 업종의 특성상 야근이 불가피하고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에 따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보기술 업종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인가 연장근로’ 기준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신씨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52시간 노동의 한도는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회사 차원에서 인력을 보충하거나 적절히 업무를 분배하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을 늘리고 이직 의사를 높이는 등 부정적인 제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사무직 근로시간 실태와 포괄임금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초과노동시간대로 수당을 지급하는 기업보다 월 초과노동시간이 3시간 남짓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과노동시간이 길수록 이직 의사가 높고, 일·생활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직 시행 한달에 그쳐 판단은 이르지만 보고서의 연구 결과가 위메프 사례를 통해 입증된 셈이다.
물론 노동시간 감소가 포괄임금제 폐지만을 통해 달성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위메프는 퇴근시간(부서에 따라 저녁 6시 또는 7시)마다 ‘퇴근송’을 사무실에 틀어 퇴근시간임을 알리고, 관리자들이 팻말을 들고 직원들의 퇴근을 독려한다. 노동시간을 늘리는 원인으로 꼽혔던 ‘회의시간’도 회의실 예약시간을 30분에서 10분으로 당기는 등의 방법으로 줄이고 있다. 줄어든 노동시간에 따른 신규 인력 채용도 준비중이다. 애초 50명으로 잡았던 3분기 정규직 신입사원 공개채용 인원을 82명으로 늘렸다고 위메프는 밝혔다.
하홍열 위메프 경영지원실장은 “포괄임금제 폐지로 인해 급여 비용 상승 등 재무적인 부담이 다소 있지만 업무 만족도와 효율성 증대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며 “더 좋은 인재들이 최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