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과 한국의 미래’을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왼쪽) 두번째 기조강연자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로봇 기술과 올림픽’을 주제로 발표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
2월9일 개막하는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26일 ‘4차 산업혁명과 평창동계올림픽’을 주제로 한 포럼이 서울 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기조강연자로,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차용주 케이티(KT) 융합기술원 5G 티에프(TF) 수석연구원, 양광호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정보통신국 아이시티(ICT)올림픽 팀장, 하정우 네이버 클로바인공지능(AI) 리더가 주제발표자로,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가 종합논평자로 나섰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강원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후원하고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주관한 행사다. 올림픽이 스포츠 행사를 넘어, 첨단과학기술의 경연장인 동시에 산업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가져오는 배경이라는 점에서 평창올림픽의 특징과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유영민 장관은 기조강연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은 5세대(5G) 통신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임을 강조하며 “한국이 2019년 3월 5세대 통신을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은 전세계 언론을 통해서 5세대 통신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전시 무대이자 한국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유 장관은 “5세대 통신 특징은 현재 4세대 통신에 비해 속도가 20배 빠르다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정보통신 환경을 혁신한 것처럼 기존 기술 환경을 밑바닥에서부터 변화시킬 토대”라며 이로 인해 사물인터넷(IoT)을 넘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만물인터넷과 스마트폰 이후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휴보의 아버지’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1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평창동계올림픽’ 포럼에서 기조강연 ‘로봇 기술과 올림픽’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다르파 로봇올림픽에서 우승한 휴보를 만들어 ‘휴보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는 평창올림픽에서 만나게 될 로봇들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했다. 오 교수는 “평창올림픽이 5세대 통신의 전시장임을 말하지만 일반인들이 올림픽에서 5세대 통신 서비스를 실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어, 로봇 기술이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을 만나는 무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는 안내로봇, 마네킹로봇, 의전로봇, 음료서비스로봇, 청소로봇, 로봇물고기, 벽화로봇, 성화봉송 로봇 등 11개 종 85대가 투입되며, 오 교수가 평창올림픽 로봇지원단 총감독을 맡고 있다. 다양한 기능의 로봇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상용화 이전 단계의 로봇을 혹한의 날씨에 실행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발레 동작을 선보일 마네킹로봇은 추운 날씨에 동작이 어려워 동작과 기능을 변경했으며, 아파트 외벽 그림을 그리는 벽화로봇은 국내에만 있는 로봇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혹한의 날씨에 옥외 작동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해 실내 시현으로 바꾸고 있다. 오 교수는 평창올림픽에 등장할 로봇들이 혹한의 날씨와 다양한 실제 상황 속에서 실수하고 예상 밖의 반응을 내놓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어 로봇에 과도한 기대를 품고 있지 않고, 개발 과정의 실수라고 수용하고 있는 점이 향후 로봇 기술 발달에 우호적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한재권 한양대 교수는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실제 설원에서 스키 대회를 펼치는 스키로봇 챌린지에 출전하는 8개 팀 중 한 팀(한양대)의 스키로봇 다이애나 개발 이야기를 소개해 청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키로봇은 슬로프에서 사람과 달리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 초보자보다 초반에 잘 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스키 경기처럼 활강과 회전을 하며 장애물을 피해 기문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대회에선 다양한 난관에 부닥친다. 평창올림픽을 맞아 세계 최초로 개최되는 스키로봇 챌린지에 참가할 수 있는 로봇은 2족 보행 형태로 스키를 착용한 0.5~1.5m 크기 인간형 로봇이어야 한다. 자율보행을 할 수 있도록 영상 처리, 센서 등을 활용해야 하고,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하고 경기 중엔 시작신호 이외의 명령을 외부로부터 받을 수 없는 자율형 로봇이어야 한다. 사람처럼 시각을 갖고 슬로프에서 균형을 잡으며 판단에 따라 다양한 관절을 미묘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한 교수는 “최초의 로봇스키 대회인 만큼 초보적 회전동작(플루크보겐)으로 충분하리라 예상했으나 출전팀들의 기량이 뛰어나 현재는 고난도의 카빙 턴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케이티와 네이버의 통신기술과 인공지능에 대한 발표에 이어 유상건 상명대 교수는 역대 올림픽이 정보미디어 기술과 만나면서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가 된 역사를 소개하며 평창올림픽 이후의 과제를 언급했다. 처음으로 텔레비전 중계를 도입한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계기로, 그때까지 개최국 중심의 스포츠 행사가 세계적 스포츠 축제가 될 수 있는 기틀을 닦고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최초로 인공위성 중계를 도입해 전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실시간 스포츠 이벤트가 된 점을 상기시며 평창올림픽에서 선보일 5세대 통신의 의미를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인공위성 생중계는 1964년 도쿄올림픽 이전 오스트리아 시범대회에서도 시도됐지만 실제 결실은 일본의 몫이 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평창에서 선보일 5세대 통신과 로봇기술의 결실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올림픽 이후의 지원과 노력이 더 중요함을 시사했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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