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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낮은 요금제’ 이용자가 호갱? 데이터 제공량 차이 324배

등록 2018-01-04 05:01수정 2018-01-04 17:42

이통사, 보편요금제 막으며 ‘고가 마케팅’

저가요금제 차별하며 고가로 유도
정부 ‘2만원대 적정요금제’ 추진엔
이통사들 “과도한 시장개입” 반발
스마트폰.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 게티이미지뱅크
에스케이텔레콤 ‘밴드 데이터 세이브’ 3만2890원에 데이터 300MB. 케이티 ‘엘티이(LTE) 데이터 선택 32.8’ 3만2890원에 데이터 300MB. 엘지유플러스 ‘데이터 일반’ 3만2890원에 데이터 300MB.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중심 요금제 중 최저가요금제다. 가격과 데이터 제공량이 ‘짠 것처럼’ 똑같다.

‘2만원에 데이터 1GB, 음성 200분, 문자 기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 예시다. 이통사들의 최저가요금제보다 가격은 낮고 데이터 제공량은 많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정부가 올해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정부와 이통사들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저가요금제 구간에서 경쟁이 실종되면서 이용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법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이통사들이 저가요금제 혜택을 줄이고 고가요금제에 혜택을 몰아주는 전략을 통해 이용자들이 어쩔 수 없이 고가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현상은 가계통신비 부담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통 3사의 데이터중심 요금제는 저가요금제 구간에서는 혜택이 미미하다가 고가요금제에서 혜택이 급증하는 구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방안―통신산업 진입규제 개선 및 보편요금제 도입’ 보고서에서 ‘엘티이 바스켓별 100원당 데이터 이용량’을 추정한 자료를 보면, 소량그룹(500MB 사용)은 100원당 이용량이 5.1MB밖에 안 되지만, 다량그룹(8.2GB 사용)에서는 494MB나 된다. 보고서는 “이통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고가요금제 가입자에 혜택을 집중하고 있다”며 “저가요금제 가입자는 시장평균 단위요금보다 비싸게 사용하면서 고가요금제 가입자를 보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최저요금과 최고요금의 요금 차이는 3.3배(32890원 vs 11만원), 데이터제공량 차이는 324배(300MB vs 35GB+일2GB)다. 독일 8배 및 51.2배, 영국 3.5배 및 65.5배, 미국 9.4배 및 100배 등과 비교해보면 혜택 차이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이통사들이 이용자들을 더 높은 요금구간으로 유도하기 위해 저가요금제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적게 주고 있다”며 “이통사들은 정부 개입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통시장의 과점구조 탓에 저가요금제 구간에서 ‘시장 실패’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저가요금제를 쓰다 자칫 데이터 한도를 초과하면 초과요금이 아주 비싸기 때문에, 결국 한 단계 높은 요금제로 가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는 점점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인데 요금제는 이런 구조로 고착화된 탓에 고가요금제 가입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데이터중심 요금제 가입자 가운데 6만원대 이상 비중은 2015년 12월 28%에서 지난해 4월 42.3%로 증가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적정 요금으로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1위 사업자(에스케이텔레콤)에 정부가 제시한 기준의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지난달 23일 보편요금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오는 12일 두번째 회의를 연다. 정부는 관련 절차를 거친 뒤 올해 상반기 안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고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으며, 이통사의 경영악화를 초래해 투자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며 강력히 반대한다. 반면 경실련·소비자시민모임·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 등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4곳과 추혜선 의원(정의당)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제안한 수준(2만원, 1GB, 200분)은 국민들에게 보편적 통신권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기본 제공량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2만원대, 2GB, 음성·문자 무제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통사들은 여전히 고가요금제 마케팅에만 몰두하고 있다. 케이티는 지난 2일부터 데이터중심 요금제 가운데 월 8만7890원과 월 10만9890원 요금제 고객에 대해 스마트기기 월정액 무료 등 혜택을 늘렸고, 엘지유플러스는 지난달 20일부터 월 8만8천원짜리 요금제의 혜택을 기존 11만원짜리 수준으로 확대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외국에는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2만~3만원대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많이 출시돼 있다”며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폰 가격 국제비교뿐 아니라 외국 주요 이통사들의 요금제를 조사해 공시한다면 국민들이 국내 이통사들의 요금 수준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 보편요금제란? 적정 요금으로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1위 사업자에게 정부가 제시한 기준의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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