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내우외환 네이버 ‘국감 된서리’ 약 될까

등록 2017-11-05 14:57수정 2017-11-05 20:53

인터넷 생태계 공룡·포식자 등 묘사되며
‘시장지배적 지위 악용한 갑질’ 비판 받아

네이버, 그동안 의혹제기에 “있을 수 없는 일” 일축
업계 “이제야 터졌다 투명하게 소통했더라면…”
김상조 “시장지배적 사업자 네이버 상생모델 필요”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네이버가 국회에서 주요 표적이 됐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이자 동일인(총수)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와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감 증인으로 나갔다. 총수와 최고경영자가 함께 국감 증인으로 불려나간 것이다.

네이버는 국회에서 ‘인터넷 생태계의 공룡’, ‘포식자’ 등으로 묘사되며 비판받았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심지어 생태계 교란 식물로 분류된 ‘갯끈풀’에 비유당하기도 했다. 갯끈풀은 처음에는 왕성한 번식력과 자생력으로 해안 침식을 막아주는 순기능이 있었지만, 확산 이후 갯벌 생물체를 고사시켜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를 일으켜 지금은 퇴치 대상이 됐다. 1999년 6월 ‘네이버컴’으로 출발해 올해로 19살이 된 네이버가 성년을 앞두고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우선 네이버 뉴스 편집의 불공정 문제가 제기됐다. 앞서 네이버는 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 조작을 시인했다. 한성숙 대표는 “‘스포츠·연예’ 쪽에서만 일어난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동안 뉴스 배치 조작 의심이 지속된 상황에서 쉽사리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이해진 창업자도 국회에서 뉴스 배치 조작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한 “개인적으로 뉴스 편집은 외부 전문가그룹에 위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댓글 호감도 순위 부분에 대해서도 “그동안 몰랐는데, 나도 이해할 수 없다. 뭐가 문제인지 살펴보고 합리적으로 개선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남용해 언론, 중소상공인, 누리꾼들에게 ‘갑질’을 하고, 골목상권까지 뺏고 있다는 추궁도 많았다. ‘네이버 쇼핑몰’에서는 자사의 간편결제 서비스 ‘엔페이’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창업자는 “추가로 (다른 간편결제가) 필요하다면 해당 사업자와 논의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매물을 올릴 때 다른 곳에는 해당 매물 정보를 3개월 동안 게재하면 안 된다고 한 것 등이 갑질 사례로 제기됐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검색 결과를 보여주면서 정보와 광고를 혼동하게 만들고, 중소상공인들로부터 광고비를 비싸게 챙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에선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것인데 이제야 터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네이버는 그동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거나 “포털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말”이라고 일축해왔다. 때로는 알고리즘(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산으로 만들어진 절차·방법·명령어들의 집합) 뒤에 숨었다. 뉴스 배치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는 언론에 대해 “네이버 구성원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네이버가 문제가 제기되면 시정하기보다 무시 혹은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뉴스 배치 의혹에 대해서도 과거에도 제기됐지만 무시했다. 그때 좀 더 투명하게 소통했다면 이번 조작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는 ‘공룡’이지만, 무대를 해외까지 확장하면 아직 ‘햇병아리’ 수준이다. 검색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세계시장에서 구글이 91.4%를 차지하지만 네이버는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72.4%로 과점 상태이며 구글은 8.1%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해진 창업자는 국회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저희 회사, 그리고 제가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예전 오프라인 시장과는 다르게 글로벌하게 바라봐야 한다. 싸이월드가 사라진 뒤 수익을 작은 기업이나 신문사가 가져간 게 아니라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우리나라에서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고 있는데, 얼마나 버는지 모르고, 세금도 안내고, 트래픽 비용도 안내고 있다”고도 했다.

이 창업자의 말대로 구글은 조세회피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법인을 수익을 내는 나라가 아닌 세율이 매우 낮은 조세회피처에 설치해 세금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은 ‘우회 수익세’를 만들에 조세회피 시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유럽연합에서도 ‘구글세’에 대한 논의가 있다. 아울러 플랫폼을 장악한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대해 세금뿐만 아니라 시장 독점,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유럽이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 대해 자국 업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미국 사업자들을 견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짙다는 분석도 있다.

데이터가 과거 석유처럼 재화가 된 ‘데이터 경제’ 시대에 이들에 대한 독점 규제 움직임은 이미 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왓츠앱’ 등을 인수하면서 스타트업의 싹을 자른다는 비판과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울러 헤이트스피치(특정 민족·인종 혐오 발언) 등 반사회적 콘텐츠를 규제해야 한다는 책임도 이들에게 부여되는 추세다. 결국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만은 할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어떻게 규제할 것이냐다. 국내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지위에 따라 규제할 경우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국정감사에서 “인터넷 플랫폼의 생태계를 고려할 때 시장지배력 남용 문제 등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효율성 관점에서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다”며 “법보다는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그에 상응하는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정감사는 끝났다. 하지만 네이버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상생과 사회적 책임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김재섭 이정훈 기자 jskim@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김경수 “한덕수는 ‘온전치 못한 권한대행’…국회와 국정 논의하라” 1.

김경수 “한덕수는 ‘온전치 못한 권한대행’…국회와 국정 논의하라”

매일유업 멸균 우유 회수 공지…“세척수 섞여 들어가” 2.

매일유업 멸균 우유 회수 공지…“세척수 섞여 들어가”

대출 연체 개인·자영업자 614만명…못 갚은 돈 50조 육박 3.

대출 연체 개인·자영업자 614만명…못 갚은 돈 50조 육박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4.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15년 농심 연구원이 추천한 ‘라면 가장 맛있게 먹는 법’ 5.

15년 농심 연구원이 추천한 ‘라면 가장 맛있게 먹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