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가 의원들의 질문을 받는 도중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유럽에서 본 것은 유럽·중국에서는 자국 기업이 미국 기업과 싸워서 살아남도록 모든 정치인들이 그런 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을 볼 때 인터넷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시장 전체를 놓고 봐야 한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3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이런 말을 남겼다. 전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이날 정무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한 뒤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자 소회를 밝힌 것인데, 정치인들에 대한 서운함이 물씬 풍긴다.
이 창업자는 이날 오후 2시30분 정무위 증인으로 출석해 2시간 가량 의원들의 질문을 받았다. 네이버가 검색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해 ‘갑질’을 하고,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해 공정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으며, 법을 피하면서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에셋과 자사주를 교환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뉴스 편집의 부당성에 대한 추궁도 있었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이 증인들에게 할 말 못한 것 있으면 하라고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자, 이 창업자는 “저희 회사, 그리고 제가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받아들인다”고 말머리를 꺼낸 뒤 “다만, 인터넷 환경은 국경이 없다. 예전 오프라인 시장과는 다르게 글로벌하게 바라봐야 한다. 싸이월드가 사라진 뒤 수익을 작은 기업이나 신문사가 가져간 게 아니라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가져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그들(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우리나라에서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고 있는데, 얼마나 버는지 모르고, 세금도 안내고, 트래픽 비용도 안내고 있다”며, 유럽과 중국의 정치인들은 미국 기업과 싸우는 자국 기업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창업자는 의원들의 질문을 받는 중간에도 “구글은 전세계 검색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고, 네이버는 한국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봐달라”고 누차 항변했다.
앞서 이 창업자가 과기정통위와 정무위의 증인출석 요구에 응한다고 했을 때, 업계에선 국내 사업자들의 역차별을 받고 있는 문제를 집중 제기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네이버 뉴스 편집의 불공정과 국내 검색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 남용 등에 집중하면서 국내 사업자 역차별 문제는 부각되지 못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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