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희(가명·39)씨는 요즘 카드결제를 할 때면 얼마 전 발급받은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만 쓴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콘’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내밀 때마다 기분이 좋다. 신씨는 “체크카드 때문에 카카오뱅크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카카오프렌즈 매장에도 자주 들러 노트, 수첩, 엽서 등 캐릭터 상품을 산다.
지난달 카카오에 입사한 윤희수(가명·34)씨는 거의 날마다 회사 7층에 있는 카카오프렌즈 매장에 들른다. 윤씨는 “벌써 20만원어치는 산 것 같다”며 “직원들 사이에 ‘카카오프렌즈 사느라 월급을 다시 회사에 갖다 바친다’는 농담이 있다”고 말했다. 입사 뒤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도 “카카오프렌즈 싸게 살 수 있어?”다. 카카오의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의 인기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캐릭터를 이용한 각종 상품 판매로 버는 매출도 상당하지만, 카카오뱅크, 인공지능 스피커 등 카카오의 신규 사업 성공에도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 왼쪽부터 제이지, 라이언, 콘과 무지, 어피치, 튜브, 네오, 프로도.
지난 7월 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라이언’ ‘어피치’ ‘무지’ ‘콘’ 등 카카오 캐릭터 4종이 그려져 있는 체크카드를 내놓아 두달 만에 280만장을 발급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성공의 1등 공신이 카카오 캐릭터라는 데는 업계에서 큰 이론이 없다. 지난달 18일 예약판매를 한 카카오의 인공지능스피커 ‘카카오미니’는 판매 시작 1시간도 안 돼 준비 물량 3천대가 매진됐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미니에 부착할 수 있는 라이언과 어피치 인형을 함께 제공했다. 다음달 초 카카오미니를 정식 출시할 때도 캐릭터를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출판사 엘릭시르는 카카오 캐릭터 ‘프로도’, ‘무지’가 셜록 홈스와 존 왓슨으로 분한 ‘셜록 홈스 시리즈’를 내놓았다. 예약판매만으로 초판 5천 세트가 매진됐다.
애초 카카오프렌즈는 2012년 메신저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졌다. 어피치, 무지, 콘, 프로도, 네오, 튜브, 제이지 등 7개 캐릭터로 출발했고 2016년 1월 라이언이 합류했다. ‘갈기 없는 수사자’ 라이언은 최고 인기 캐릭터로 각종 상품 성공에 큰 역할을 해 카카오 안팎에서 ‘라이언 전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매장 강남점의 내부 모습. ㈜카카오프렌즈 제공
현재 장난감, 잡화, 문구, 육아용품 등 2000여개의 관련 상품이 있고, 강남·홍대 등 오프라인 매장도 18개에 이른다. 캐릭터 사용 제휴도 루이뷔통, 크리넥스, 활명수, 코카콜라 등 50여곳과 맺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사업을 맡고 있는 ㈜카카오프렌즈는 지난해 매출액 705억원, 영업이익 23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구매력이 있는 성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쪽은 카카오톡을 통해 전국민에게 친숙한 점, 캐릭터마다 개성과 스토리가 있는 점 등을 인기비결로 꼽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프렌즈는 카카오의 큰 브랜드 자산"이라며 "어떤 톱모델보다 광고 효과가 크고 프렌즈를 활용한 프로모션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카카오가 신규서비스를 론칭할 때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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