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 이동통신 판매점들. 한겨레 자료 사진.
12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는 통신비 인하 방안의 하나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완전자급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고,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호 에스케이(SK)텔레콤 사장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엘지전자 쪽도 “(도입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쪽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단말기(휴대폰) 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사의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팔지 못하게 금지하고 통신서비스 가입만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우리나라의 단말기 평균 판매가격이 외국의 2.6배다. ‘국내 소비자들이 프리미엄폰 구입을 강요받고 있는 것 아니냐, 같은 모델이라도 비싸게 판매되는게 아니냐’ 하는 의혹이 생긴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가계통신비 인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는 제조사, 이통사, 대리점 모두 고가 단말기를 팔면 이득인 구조”라며 “이런 문제 탓에 소비자들이 고가 단말기만 찾는 ‘단말기 과소비’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의원(민주당)은 “기본료 폐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보편요금제 등 다양한 통신비 인하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의원(한국당)은 “완전자급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해보니 94%가 찬성의견을 나타내고 있었다”며 “과기정통부가 완전자급제에 소극적인 이유가 규제권한이 축소될 가능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민주당)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55.9%가 찬성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박정호 사장은 완전자급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단말기와 서비스가 분리돼서 실제로 경쟁을 하게 되면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목표가 달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태계가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최상규 엘지전자 한국영업본부 사장은 “정부가 정하면 따르겠다. 제조업체는 품질 좋은 휴대폰을 공급하는 일을 하면 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완전자급제 도입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는 케이티(KT)의 황창규 회장, 권영수 엘지(LG)유플러스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도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완전자급제 취지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폐지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있고 소비자 불편이 증가할 수도 있다”며 “곧 만들어지는 ‘통신비 인하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더 심도 있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김성태 의원과 박홍근 의원이 완전자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며, 김성수 의원과 신경민 의원(민주당)도 관련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안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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