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완전자급제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의 이동통신 판매점들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정부 대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단말기(휴대전화) 완전자급제’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지적이 많지만, 중소 유통점의 구조조정 문제 등 실제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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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의 방향 선회에 논의 급물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3일 “다음달 중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제조업체의 유통점(삼성디지털프라자, 하이마트 등)과 휴대전화 판매점에서만 휴대전화를 팔 수 있도록 하고, 이동통신사 대리점은 통신서비스 가입만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단 휴대전화 판매점에 한해 서비스 가입도 할 수 있게 한다. 김성태 의원은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휴대전화 제조업체 간 출고가 경쟁이 일어나고, 통신사 간에는 요금·서비스 경쟁이 활성화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계통신비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급제: 휴대전화를 어디에서 샀든지 상관없이, 모든 통신사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 국내에는 2012년 5월 도입됐음. 그 이전에는 에스케이텔레콤에 가입하려면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사야 했음
☞완전자급제: 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판매할 수 없게 금지해, 휴대전화 구입과 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제도
법으로 이통사의 휴대전화 판매를 막는 완전자급제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100%에 가까운 소비자가 이통사에서 휴대전화를 사는 나라도 찾기 힘들다. 대부분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별도로 산 뒤 통신사에서 유심만 끼워 쓴다. 우리나라의 기형적 유통구조는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이통 3사 상품을 모두 파는 유통점)들이 소비자가 ‘고가단말기+고가요금제’를 쓰도록 유도하는 행태로 이어져왔다. 최근 완전자급제 논의는 1위 사업자인 에스케이(SK)텔레콤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활발해졌다. 에스케이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지난 6월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단말기 지원금 부담이 큰데 언제까지 이를 통신사가 계속 부담할 수는 없다”며 “단말기 유통 분리의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금도 공식입장은 “검토 중”이라는 것이지만, 이전의 강력반대 입장과 견주면 상당한 변화인 셈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가계통신비 개선방안’ 자료에서도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면 이통사의 보조금 절감을 통해 요금제별로 6000~1만2000원의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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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 막는 방안…넘어야 할 산 많아 완전자급제의 실제 시행은 쉽지 않다. 케이티(KT)와 엘지(LG)유플러스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단말기 가격을 내릴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소비자 불편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의 판매장려금으로 수익을 내는 이통사 대리점·판매점들은 강력히 반발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수십만명의 통신유통 종사자와 가족을 길거리로 내쫓고도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다면 즉각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이통 3사의 직영 대리점은 1464개, 위탁운영하는 일반대리점은 7782개, 복수 이통사 상품을 취급하는 판매점은 1만6천여개에 달한다. 정부도 난색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완전자급제는 큰 폭의 변화가 예상돼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입장 선회가 마케팅비 부담도 있지만,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완전자급제 제안은 일종의 시위 성격이 존재하며 ‘통신요금 인하 강도가 과도하니 이젠 정부, 유통상, 제조업체 등도 고통 분담을 하자’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지금 같은 유통구조의 폐해가 지속된다면 자급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은 더 커질 것”이라며 “정부는 자급제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중소 자영업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