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7일 갤럭시노트7 미개봉 제품과 미사용 부품을 활용해 만든 갤럭시노트FE를 출시했다. 삼성전자 제공
휴대폰을 아이폰6에서 갤럭시노트에프이(FE)로 바꿨다. 최근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8년만에 아이오에스(IOS) 계열에서 안드로이드 계열로 갈아탔다. 갤럭시노트에프이 출시 다음날인 8일 구입해 3주 정도 사용해봤다.
아이폰은 2010년 출시된 아이폰4를 시작으로 아이폰4에스(S)를 거쳐 아이폰6를 사용했다. 지난해까지 크게 불편함없이 사용해왔으나 어느 순간 메모리 용량이 부족해 불편했다. 올해 초에 ‘입양한’ 강아지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다보니 아이폰6(16G)의 적은 메모리 용량이 신경쓰였다. 급기야 사진을 찍어 저장할때마다 ‘용량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떴다.
스마트폰을 바꿀까 고민했지만 새롭게 출시되는 프리미엄폰은 비쌌고, 중저가폰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계열 제품보다 비싼 아이폰 가격은 항상 부담스러웠다.
갤럭시노트에프이(FE) 출시 이틀째되던 날 지인이 ‘휴대폰을 바꾸러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했다. 딱히 할 일도 없었던터라 구경이나 해보자며 따라 나섰다.
갤럭시노트에프이를 만져보니 ‘갤놋빠’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세련된 디자인과 감촉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휘어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견물생심이라고 ‘지름신’이 강림해 갤럭시노트에프이를 ‘덜컥’ 질러버렸다. 우선 가을에 나올 갤럭시노트8이나 아이폰8의 출고 가격이 100만원 안팎이 될듯해 비용 부담이 만만찮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갤럭시노트8이나 아이폰8과 성능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고려도 있었다.
갤럭시노트에프이는 69만9600원으로 갤럭시노트7(98만8900원)보다 30만원 가량 저렴하게 출시됐다.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20%)을 비교했더니 선택약정할인이 상대적으로 이익이었다. 정품 클리어 뷰커버와 에스펜 플러스를 주는것도 구미가 당겼다.
갤럭시노트에프이는 갤럭시노트7과 똑같은 디자인과 성능을 갖췄다. 갤럭시노트에프이는 지난해 배터리 폭발로 출시 56일만에 단종한 비운의 휴대폰 갤럭시노트7의 미출시 제품과 부품을 활용해 만들었다. 한마디로 갤럭시노트7과 배터리만 빼고 똑같은 제품이다. 갤럭시노트에프이는 대화면(5.7형) 디스플레이와 에스(S)펜, 홍채·지문 등 생체인증, 방수·방진 기능을 갖췄다. 64기가바이트(GB) 내장메모리와 최대 256기가바이트 외장메모리를 지원한다.
처음에는 아이오에스(IOS)에서 안드로이드로 운영체제를 바꾸는 것이라서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막상 폰을 바꾸고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보니 기본적인 사용법은 3~4일 정도 지나자 어느 정도 적응됐다. 운영체제는 달라도 사용자 환경에서 보여지는 앱 구동방식은 별 차이가 없었다.
아이폰에서 사용하던 앱들을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섰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몇몇 불필요한 앱들을 제외하고 아이폰에서 사용한 앱들은 플레이스토어에서 모두 내려받을 수 있었다.
아이폰에 있던 연락처나 메시지, 사진, 앱 등의 데이터도 갤럭시노트에프이에 내장돼 있는 ‘스마트 스위치’ 기능을 이용해서 안전하게 옮길 수 있었다.
3200밀리암페어(mAh)의 배터리는 갤럭시노트7보다 300밀리암페어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하루종일 휴대폰을 사용해도 배터리를 재충전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만큼 충분했다.
갤럭시노트에프이는 대화면과 삼성페이, 에스펜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더블 엣지 형태의 대화면(5.6형)은 시원한 느낌을 줬다. 반면 화면이 커서 한손만으로 휴대폰을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도 국내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어 늘 아쉬웠다. 삼성페이는 달랐다. 신용카드와 교통카드를 등록했더니 지갑이 따로 필요없었다. 특히 여름철에는 휴대폰만 들고 외출을 해도 지갑없는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삼성페이는 일반 오프라인 카드결제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과 비교해 훨씬 편리했다.
에스펜은 0.7mm의 펜촉과 4096단계의 필압을 지원해 정교하고 부드러운 필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나 저장된 이미지의 외국어 단어에 에스펜을 갖다대면 다양한 외국어를 번역해 준다. 꺼진 화면에서 메모를 작성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편리했다. 회의 내용을 직접 필기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뭔가를 메모해야할 경우 아주 요긴했다.
아이폰과는 달리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은 통화 녹음이 가능하다. 누군가에게 전화로 ‘갑질’을 당할때 꾹하고 한번만 누르면 그대로 녹음이 된다.
갤럭시노트FE는 인터넷 연결이 안된다는 알림이 잦다.
반면 갤럭시노트에프이는 불필요한 앱들이 많이 깔려 있어 불편했다. 바탕화면이 단순하면서 간결한 아이폰과 비교해 정리정돈이 잘 안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조사인 삼성, 이통사인 에스케이텔레콤(SKT), 운영체제를 만든 구글에서 깔아놓은 앱이 무려 30여개나 됐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개방성이 높은 반면 다소 불안했다. 네비게이션인 ‘티맵’ 등 앱 실행이 안되는 경우가 잦았다.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WIFI 접속 중이라면 접속을 끄고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에러코드 : 0)”이라는 알림 창이 자주 떴다. 어쩔수 없이 휴대폰을 강제 종료한 뒤 재부팅을 해 사용하는게 번거로웠다.
아주 밝은 곳에서 화면을 터치하면 갑자기 화면이 어두워지거나 새까많게 변해버려 당황스러웠다. 알고보니, 화면 밝기 자동조절기능이 작동해 일어난 일이었다. 갤럭시노트에프이는 빅스비를 탑재했지만 음성인식은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갤럭시노트에프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옥에 티’다. 그래도 배터리 폭발만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면 휴대폰 중에서 ‘가성비 갑’이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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