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의 대표상품 즉석카메라도 디지털화의 거센 광풍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후지필름은 25일 최초의 아날로그-디지털 하이브리드 카메라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을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을 찍은 뒤 아무런 보정없이 그대로 인화해서 보는 즉석카메라는 아날로그 감성의 보루 같은 상품이었다. 그동안 카메라 시장은 필름카메라를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SLR)가 추월했고, 이제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대세다. 안병규 한국후지필름 마케팅팀장은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사진을 찍은 이미지는 20배 늘었지만 인화되는 이미지는 훨씬 줄었다”고 했다. 그 사이 즉석카메라 시장의 경쟁자였던 폴라로이드는 생산을 접었다. 주변의 모든 기기가 디지털화되는 과정 속에서서 즉석카메라 인스탁스만 꿋꿋이 살아남았다.
안병규 마케팅팀장은 “인스탁스가 1998년 세상에 나와 2500만대가 팔렸는데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 동안에 2000만대를 팔았다. 5년전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디지털화가 급진전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소비자들이 필름의 느낌이 살아있는 즉석카메라를 더 찾은 셈이다. 인스탁스 카메라의 전세계 판매량은 2015년 510만대, 2016년 660만대를 거쳐 올해 750만대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국내에 판매된 인스탁스 카메라의 누적 판매량은 1999년 출시 뒤 올해 5월까지 250만대에 이른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갈수록 고사양화되고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용도로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인스탁스도 바꾸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후지필름은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이 누리꾼들이 즐겨하는 접사(가까이서 찍기)와 야경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이전과 달리 촬영 뒤에 여러가지 필터를 통해 감각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을 가져오기 위해 조리개를 빼고 이미지센서(CMOS) 등을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진 이미지도 정사각형 사이즈로 바꿨다. 안병규 팀장은 “50억명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 등 최근 소비자들은 스퀘어(정사각형) 포맷이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20∼30대 여성에게 몰린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싶은 속내도 담겼다.
사용법은 찍는 족족 그대로 인화했던 즉석카메라보다는 복잡하지만 어렵지 않다. 사진을 찍은 뒤 저장된 이미지를 편집 또는 인화하면 된다. 사진을 고를 수 있어 즉석카메라 특성상 잘못 찍은 사진을 그대로 인화해 비싼 필름 값을 날릴 우려는 사라진 셈이다.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 수천장, 컴퓨터 속에는 수만장씩 사진이 담긴 시대다. 인공지능이 심어진 구글포토 등이 자동으로 저장하고 분류해주는 시대도 왔지만 소비자들은 계속 사진만 찍을 뿐 돌아보지 않는다. 즉석카메라는 그러한 시대에 오히려 더 많이 팔렸다. 디지털을 끌어들인 인스탁스가 장점만 살리고 단점을 지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출시가격은 35만원, 스퀘어 필름 가격은 한팩(10장)에 1만5000원이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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