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conomy | 구본권의 디지털프리즘
아마존이 기존의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를 업그레이드해서 내놓은 ‘에코 쇼’. 터치스크린과 8개의 마이크, 카메라를 탑재해 스마트홈 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 아마존 제공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사물인터넷 되면서 새로운 문제 노출
모든 게 연결되면서 프라이버시 위협
책임 범위도 혼란…새 규약 만들어야
빈트 서프 ’사물인터넷 윤리’ 논의 요청 사물인터넷 기술은 모든 사물이 디지털과 통신으로 연결되면서 일상의 모습을 또 한번 혁신시킬 미래의 기술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통신이나 계측은 주로 사람이 설계하고 모니터링·조작하는 주체도 사람 중심이었다. 사물인터넷은 전자기기와 통신기기만이 아니라, 우유나 옷까지도 인터넷과 연결되어 모니터링과 조작이 가능해지는 환경이다. 거실의 화분이나 창문, 쌀통, 빨랫감까지 센서가 부착되거나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사물인터넷 환경에서는 너무나 많은 것을 모니터링하고 조작해야 하는 속성상 사람이 처리할 수 없다. 사물인터넷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수한 사물들끼리 정보를 주고받고 그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환경이다.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 처리되고, 그 작동 방식은 웬만해서 드러나지 않는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개념을 처음 제시한 팰로앨토연구소의 마크 와이저의 말처럼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져버리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과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작동 구조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편리함과 동시에 위험성을 안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의 적용 범위와 그로 인한 영향을 예상하거나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원래 사람과 조직 간의 통신을 목적으로 설계된 네트워크였는데, 모든 것이 연결되어 통신과 조작의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사물인 네트워크로 달라지는 사물인터넷 환경에서는 전혀 새로운 구조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73년 오늘날 인터넷의 통신규약(TCP/IP)을 설계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 구글 부회장은 최근 프랜신 버먼 렌설리어공대 교수와 함께 쓴 논문에서 “사물인터넷에 적합한 새로운 윤리강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물인터넷은 획기적인 효율성과 편리함, 기회 증대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잘못 쓰이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와 예상치 못한 재앙을 가져오는 ‘판도라의 상자’일 수 있다. 그는 사물인터넷 환경의 핵심적인 정책 요소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프라이버시다.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개인들이 어떠한 프라이버시 권리를 갖는지 파악하고 합의하는 게 필요하다. 둘째, 책임 소재다. 자율주행차처럼 자동화 시스템으로 결정이 이뤄지거나 운영되는 사물인터넷에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이고 제조기업, 사용자, 플랫폼 운영자, 관리당국 등이 어떻게 책임을 공유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는 사물인터넷의 윤리강령이다. 기술은 윤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좋은 결과가 될 수도, 나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서프는 공상과학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시한 로봇 3원칙처럼 사물인터넷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윤리체계와 사회적 규약을 만들기 위해 논의와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설계한 빈트 서프가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와 윤리강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깊다. 인터넷은 애초 미국 일부 대학과 연구기관에 있는 제한된 전문가들 사이의 정보공유 네트워크로 설계돼 출발했지만 1990년대 월드와이드웹 덕분에 모두를 위한 대중적 범용 네트워크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이는 인터넷 초기 설계자들에게 보람과 함께 안전성과 악용에 대한 뒤늦은 회한을 안겼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을 사람 위주의 통신에서 사물 위주의 네트워크로 다시 한번 변모시키고 있다. 뒤늦은 후회가 되지 않도록 사물인터넷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술의 책임과 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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