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모든 사물이 소통…인간위주 넘어선 새로운 인터넷윤리 필요

등록 2017-05-15 14:41수정 2017-05-15 14:46

Weconomy | 구본권의 디지털프리즘
아마존이 기존의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를 업그레이드해서 내놓은 ‘에코 쇼’. 터치스크린과 8개의 마이크, 카메라를 탑재해 스마트홈 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 아마존 제공
아마존이 기존의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를 업그레이드해서 내놓은 ‘에코 쇼’. 터치스크린과 8개의 마이크, 카메라를 탑재해 스마트홈 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 아마존 제공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미국의 인터넷 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014년 출시한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를 업그레이드한 새 모델 ‘에코 쇼’(Echo Show)를 지난 9일 선보였다. 터치스크린과 8개의 마이크, 카메라가 탑재돼 음성 명령한 것을 화면으로 볼 수 있고 각종 기기와 연결해 작동시킬 수 있어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홈 기기로 활용될 수 있다. “알렉사, 현관 카메라 비춰봐”, “알렉사, 아기 방 보여줘” 식으로 “알렉사”라는 활성화 명령으로 작동한다.

미국의 스마트홈 기기 업체인 라이트하우스는 지난 11일 원격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가정용 보안시스템 판매에 나섰다. 1년에 399달러를 내면, 라이트하우스가 설치된 장소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마트폰 앱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기기는 얼굴인식 카메라를 통해 사람을 식별하고 행동을 분석한다. “내가 어제 오후 외출했던 시간에 현관 앞에 택배 놓고 간 사람이 누구야?”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에 집에서 뭐 했어?”라고 물어보면 저장된 영상을 분석해, 찾는 내용을 영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세제가 바닥나거나 우유의 유통기한이 만료하는 시점을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는 태그와 센서 기능에 관한 특허를 출원한 사실이 지난주 미국 특허법원을 통해 공개됐다. 청바지나 속옷에 태그를 달면 몇 회 세탁 이후 옷감이 해지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아마존과 타깃 등의 업체가 보유한 자동주문 기능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기능으로, 구매자별 상품 소비 성향과 사용 패턴을 분석해 자동주문과 품질 향상에 사용될 수 있다.

사람간 통신위해 설계된 인터넷구조
사물인터넷 되면서 새로운 문제 노출
모든 게 연결되면서 프라이버시 위협
책임 범위도 혼란…새 규약 만들어야
빈트 서프 ’사물인터넷 윤리’ 논의 요청

사물인터넷 기술은 모든 사물이 디지털과 통신으로 연결되면서 일상의 모습을 또 한번 혁신시킬 미래의 기술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통신이나 계측은 주로 사람이 설계하고 모니터링·조작하는 주체도 사람 중심이었다. 사물인터넷은 전자기기와 통신기기만이 아니라, 우유나 옷까지도 인터넷과 연결되어 모니터링과 조작이 가능해지는 환경이다. 거실의 화분이나 창문, 쌀통, 빨랫감까지 센서가 부착되거나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사물인터넷 환경에서는 너무나 많은 것을 모니터링하고 조작해야 하는 속성상 사람이 처리할 수 없다. 사물인터넷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수한 사물들끼리 정보를 주고받고 그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환경이다.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 처리되고, 그 작동 방식은 웬만해서 드러나지 않는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개념을 처음 제시한 팰로앨토연구소의 마크 와이저의 말처럼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져버리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과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작동 구조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편리함과 동시에 위험성을 안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의 적용 범위와 그로 인한 영향을 예상하거나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원래 사람과 조직 간의 통신을 목적으로 설계된 네트워크였는데, 모든 것이 연결되어 통신과 조작의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사물인 네트워크로 달라지는 사물인터넷 환경에서는 전혀 새로운 구조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73년 오늘날 인터넷의 통신규약(TCP/IP)을 설계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 구글 부회장은 최근 프랜신 버먼 렌설리어공대 교수와 함께 쓴 논문에서 “사물인터넷에 적합한 새로운 윤리강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물인터넷은 획기적인 효율성과 편리함, 기회 증대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잘못 쓰이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와 예상치 못한 재앙을 가져오는 ‘판도라의 상자’일 수 있다.

그는 사물인터넷 환경의 핵심적인 정책 요소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프라이버시다.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개인들이 어떠한 프라이버시 권리를 갖는지 파악하고 합의하는 게 필요하다. 둘째, 책임 소재다. 자율주행차처럼 자동화 시스템으로 결정이 이뤄지거나 운영되는 사물인터넷에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이고 제조기업, 사용자, 플랫폼 운영자, 관리당국 등이 어떻게 책임을 공유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는 사물인터넷의 윤리강령이다. 기술은 윤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좋은 결과가 될 수도, 나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서프는 공상과학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시한 로봇 3원칙처럼 사물인터넷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윤리체계와 사회적 규약을 만들기 위해 논의와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설계한 빈트 서프가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와 윤리강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깊다. 인터넷은 애초 미국 일부 대학과 연구기관에 있는 제한된 전문가들 사이의 정보공유 네트워크로 설계돼 출발했지만 1990년대 월드와이드웹 덕분에 모두를 위한 대중적 범용 네트워크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이는 인터넷 초기 설계자들에게 보람과 함께 안전성과 악용에 대한 뒤늦은 회한을 안겼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을 사람 위주의 통신에서 사물 위주의 네트워크로 다시 한번 변모시키고 있다. 뒤늦은 후회가 되지 않도록 사물인터넷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술의 책임과 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여의도 카톡 먹통 대비, ‘브릿지파이’ 미리 설치하세요 1.

여의도 카톡 먹통 대비, ‘브릿지파이’ 미리 설치하세요

15년 농심 연구원이 추천한 ‘라면 가장 맛있게 먹는 법’ 2.

15년 농심 연구원이 추천한 ‘라면 가장 맛있게 먹는 법’

이창용 “계엄 선포 장면, 처음엔 딥페이크인 줄 알았다” 3.

이창용 “계엄 선포 장면, 처음엔 딥페이크인 줄 알았다”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4.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명 “윤석열 즉각 탄핵” 시국선언 5.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명 “윤석열 즉각 탄핵” 시국선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