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호크는 지난 4월24일 자사가 개발한 1인승 비행자동차 플라이어가 호수 위 4.5m 상공을 5분 남짓 날고 이착륙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회사는 올해 안에 시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튜브 사진
1인승 비행자동차 시대 열리나
디지털 기술과 통신수단은 사람들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먼 거리에서도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을 제공했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손잡은 채 소통하려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바꾸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소통의 공간적 거리의 소멸을 경험한 이후 실제 이동수단에서도 기존의 장벽을 넘어서려고 꿈꾸고 있다. 유수의 정보기술업체들이 무인 자율주행자동차, 시속 1200㎞의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 차량이동 지하터널 네트워크 등 기존 교통환경을 혁신하겠다며 속속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교통수단 혁신 경쟁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확대됐다.
지난 4월24일 미국의 벤처기업 키티호크는 1인승 비행자동차 모델 ‘플라이어’가 캘리포니아의 호수 위를 성공적으로 비행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올해 말 시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라이어는 전기배터리로 작동하는 무게 100킬로그램의 비행체로, 8개의 소형 프로펠러를 달고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한다. 플라이어는 미국 연방항공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조종을 위해 항공기 운항 면허가 필요 없다. 이 회사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서배스천 스런이 대표를 맡고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1억달러를 투자했다. 구글의 미래기술 개발조직인 엑스(X)랩이 후원하는 등 구글의 미래 주력 분야로 지목받고 있다. 동영상에서는 플라이어가 물 위에서 4.5m 높이로 5분 남짓 비행하고 이착륙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스런은 트위터로 “그동안 1000번 넘는 비행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래리 페이지는 “우리 모두 날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키티호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소도시로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로 동력비행에 성공해, 비행의 신기원을 연 곳이다.
1903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키티호크에서 오빌 라이트가 탄 프로펠러 비행기가 인류 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했다. 위키코먼스 제공
# 경쟁 현황과 기술 방식
세계적으로 40여개 업체가 나는 자동차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슬로바키아의 에어로모빌은 모나코의 슈퍼카 전시회에서 도로 주행과 비행 기능을 겸비한 모델을 공개하고 현재 주문을 받고 있다. 대당 17억원 수준으로, 2020년 제품 인도 계획이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개발 중인 수직 이착륙 비행자동차 ‘바하나’를 연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차량 공유업체 우버는 2020년 두바이와 미국 댈러스에서 비행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지난 4월 말 밝혔다. 2015년 독일 뮌헨에서 설립된 릴리움은 최근 100% 전기 비행택시를 개발해 시험운항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드론 개발업체 이항은 2016년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유인 드론을 공개했는데, 오는 7월 두바이에서 자율운항 유인드론 ‘이항184’를 시험운항할 예정이다.
현재 비행자동차의 기술은 내연기관 방식과 전기엔진 방식이 경쟁하고 있다. 이착륙을 위해 활주로나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지, 수직 이착륙 방식인지로 구분된다. 키티호크 플라이어와 같은 전기엔진 방식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항공기 이륙 에너지를 현재의 전기배터리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기술적 난제가 있다. 날기 위해서는 비행체 경량화와 추진력을 겸비해야 하는데, 전기엔진 방식은 현재 배터리 무게가 비행체 중량의 50% 수준이다. 자동차의 중량이 연비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비행자동차에 있어 중량 증가는 주요한 추락 요인이다.
1555년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유화 ‘이카로스의 추락’. 오른쪽 아래에 바다에 빠진 이카로스의 다리만 보인다. 위키코먼스 제공
# 대중화를 위한 세가지 걸림돌
하늘을 나는 자동차 동영상이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기술적 성공이 1인용 비행자동차 시대로 이어지기까지는 과제가 쌓여 있다. 첫번째 걸림돌은 가격과 소음 등에서 대중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인가 하는 점이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퇴출되고 헬리콥터가 비행수단으로 대중화될 수 없는 주된 이유는 소음이다. 전기엔진을 사용해 소음이 줄었지만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 과정에 수반되는 소음과 바람은 도시 내 비행 택시로 활용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두번째는 개인용 비행수단에 대한 규제와 통제의 문제이다. 테러 등으로 갈수록 항공 보안요건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순항미사일과 같은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비행자동차를 어떻게 통제하고, 수많은 비행물체에 대하여 현재의 비행기처럼 중앙집중적인 관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소형 비행체인 드론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 번째는 안전성이다. 지상과 해상 사고와 달리 공중에서의 사고는 치명적이다. 한두 건의 인명 사고 발생은 통계적 안전성에 불구하고 대중화를 막는 중요한 심리적 걸림돌이 된다.
교통정체와 비효율을 피할 수 없는 도로 교통의 2차원적 평면을 넘어 입체적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비행자동차의 3차원 교통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꿈의 교통수단을 만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테스트 성공이 대중화로 이어지려면 기술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수용성의 문제를 풀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연내 비행자동차 공개 계획을 밝힌 에어버스의 최고기술책임자는 “대중적·도시공간적·법률적으로 수용될 여건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비행자동차를) 꿈꾸게 하려는 게 목적이다”라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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