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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좋아요’의 역설…인터넷 생태계에 ‘안좋아요’

등록 2017-04-17 17:11수정 2017-04-17 21:13

페이스북 ‘좋아요’의 빛과 그늘

페이스북 성공으로 이끈
효율적 콘텐츠 공유와 평가도구
자극적·선정적인 ‘좋아요’ 경쟁이
숙성 필요한 다양한 콘텐츠 생산 저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페이스북 본사 입구에 있는 대형 ‘좋아요’ 간판. 페이스북 계정만이 아니라 인터넷 콘텐츠 어디에나 달 수 있는 ‘좋아요’는 이용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강력한 쌍방향 도구지만, 너무나 강력해 인터넷 콘텐츠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페이스북 본사 입구에 있는 대형 ‘좋아요’ 간판. 페이스북 계정만이 아니라 인터넷 콘텐츠 어디에나 달 수 있는 ‘좋아요’는 이용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강력한 쌍방향 도구지만, 너무나 강력해 인터넷 콘텐츠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좋아요’ 버튼은 지인의 계정을 방문하지 않고도 최근 소식을 업데이트해주는 ‘뉴스피드’ 기능과 함께 페이스북의 성공을 만들어낸 핵심 기능이다. ‘좋아요’는 2007년 미국 소셜미디어회사인 프렌드피드가 선보인 기능이지만, 2009년 페이스북이 프렌드피드를 인수하면서 페이스북의 최대 특징이 됐다. 페이스북의 대표적인 인수합병 성공 사례다. ‘좋아요’는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을 작동시키는 최대의 동력이 됐다. 더욱이 인터넷의 다양한 콘텐츠에 손쉽게 ‘좋아요’를 장착할 수 있어, ‘좋아요’는 인터넷 생태계가 점점 더 페이스북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힘이다. 구글이 페이스북의 ‘좋아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1년 구글 플러스를 출시하고 ‘좋아요’ 기능과 유사한 ‘+1’ 버튼을 달았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모양의 ‘좋아요’ 버튼은 단순한 동의나 추천의 의미 이상이다.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자원을 보여주는 정량적 지표이고, 인터넷 콘텐츠 생태계의 핵심 작동원리로 기능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은 콘텐츠는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어 주목을 받고 공유되어 또다시 더 많은 ‘좋아요’를 받으며 인기를 누리게 된다. 쇼핑몰의 상품 페이지나 뉴스 사이트들도 대부분 개별 페이지에 ‘좋아요’ 버튼을 달아,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많이 공유되고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별점’은 별의 개수를 통해 사용자의 추천과 평가 정도를 더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지만, 지인들의 평가를 소셜미디어에서 즉시 알림으로 알려주면서 노출시켜주는 ‘좋아요’에 비하면 역동성과 개입성이 떨어진다. ‘좋아요’는 유명인이나 거대한 미디어 조직이 만든 콘텐츠가 아니어도 이용자들로부터 충분히 많은 반응을 얻으면 페이스북에서 주요하게 노출될 수 있도록 만들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으로 인터넷에서 다양한 콘텐츠 생산과 이용을 활성화시키는 기능으로 평가되어 왔다. 개인이건 조직이건 더 많은 ‘좋아요’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게 최근의 미디어 생태계를 지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좋아요’가 인터넷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미국 작가 제임스 소머스는 최근 미국의 월간지 <애틀랜틱>에 “좋아요 버튼이 인터넷을 망치고 있다”는 글을 실어, 이런 주장을 펼쳤다. ‘좋아요’ 기능에 대한 비판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비판은 주로 프라이버시 노출과 과시적 이용, 우울감의 확대에 페이스북 ‘좋아요’가 나쁜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좋아요’를 분석하면 이용자들의 개인적 정보와 취향을 비롯해 프라이버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며 ‘좋아요’는 인터넷에서 개인이 반응한 것을 모두 기록으로 만드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지나치게 자기과시적인 콘텐츠 생산과 이용 문화를 낳고, 이는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우울감과 자존감 약화를 부르는 것으로 지적되었다. ‘좋아요’가 인터넷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견해는 드물었다.

‘좋아요’가 지배하는 인터넷 생태계에서는 모두가 ‘좋아요’를 받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콘텐츠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창작자의 장기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저해된다는 게 작가 소머스의 지적이다. ‘좋아요’를 많이 받을수록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더 많이 더 오래 노출되며 관심을 끌어내는 강력한 기능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요’ 늘리기 경쟁을 벌이게 되고 이는 콘텐츠 획일화와 선정주의를 낳게 된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말초적 흥미와 선정성 위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게 되어, 깊이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동인이 줄어들어 콘텐츠 다양성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소셜미디어에서 가짜뉴스가 판치는 결과다. 소셜미디어에서 이용자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는 지인들에게 콘텐츠를 추천하는 행위로, 최근 미국 대선 국면에서 문제를 일으킨 가짜뉴스의 확산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선 직전 3개월 동안 가장 인기가 높았던 가짜뉴스 20개의 페이스북 내 ‘좋아요’ 등 반응은 871만건으로 <뉴욕 타임스> 등 주요 전통미디어의 인기 높은 대선기사 20개에 달린 반응(736만건)을 넘어섰다.

‘좋아요’가 콘텐츠 생태계에 끼치는 또 하나의 부정적 효과는 ‘묶음 상태’의 콘텐츠를 해체하고 개별 콘텐츠별로 이용과 생산이 이뤄지도록 해 창작자의 자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데 있다. ‘좋아요’를 받지 못하면 주목받지 못하기 때문에 창작자가 긴 호흡으로 플롯을 구상하는 이야기나 관련한 여러 개의 콘텐츠를 묶음 형태로 전달하려는 시도가 실패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페이지별로 ‘좋아요’가 달리기 때문에, 더 많은 ‘좋아요’를 위해 경쟁하다 보면 개별 페이지가 모두 눈길을 잡아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게 작가의 고민이다. 블로그가 활성화되어 있던 시기의 미디어 이용은 해당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용자가 개별 콘텐츠보다 전체적인 블로그의 품질과 성향을 중시할 수 있었다.

여전히 ‘좋아요’가 지배하는 콘텐츠 환경이지만, 페이스북 페이지나 팟캐스트의 채널 구독은 과거 블로그가 수행했던 특정 분야에 대해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의 축적과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좋아요’ 버튼 자체가 비판 대상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가 너무 강력하고 편리하게 작동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획일화와 선정주의가 나타나 인터넷 생태계를 훼손하는 결과가 이어진 것이다. 강력하고 편리한 기술은 그 사용자에게 새로운 고민을 요구한다.

글·사진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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