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기업홍보 부스. 구름 처럼 몰린 사람들 머리 위엔 ‘더 나은 연결된세계를 위해 길을 열자(Open Roads to a better Connected World)’라는 화웨이의 슬로건이 걸려 있다. 그 옆에는 화웨이의 핵심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클라우드’를 형상화해 구름(솜 모양의 조형물)을 띄웠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간 전 미리 화웨이에 등록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는 1홀 부스는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중국 통신업체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대표 업체인 화웨이는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세 군데나 부스를 열었다. 삼성전자·엘지전자·소니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모두 모인 메인 홀인 3관에 부스를 만들어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을 전시했고, 케이티(KT)와 에이티앤티(AT&T) 등 통신업체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이노베이션 시티’에도 부스를 만들었다. 화웨이는 이곳에 드론과 커넥티드카 등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가장 핵심적인 역량인 5G 등 네크워크 시스템 등은 1홀에 대규모 기업 홍보 부스를 열어 과시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정부 인사와 기업 최고경영자 등 각국의 통신 관련 일을 하는 이들이 모두 이곳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MWC 화웨이 기업홍보 부스, 클라우드를 보여준다.
이날 오후 중국 업체들은 8홀에서 ‘글로벌 5G 테스트 서밋’도 열었다. 기업 관계자와 미디어 등 각 나라별로 한정된 인원만 초청된 이 행사에 들어가보니 중국이 차세대 네트워크인 5G에서 앞서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글로벌 서밋에는 일본의 NTT 도코모, 영국의 보다폰, 유럽의 에릭슨, 미국의 인텔과 에이티앤티 등 다국적 정보통신기술(ICT)업체들이 참여해 표준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중국 차이나모바일 등의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국 기업들은 보이지 않았다.
연단에 선 왕샤오윤 IMT-2020 프로젝트 그룹의 부의장은 “4G 등 그동안 네트워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지만 5G 시대는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연결할 것”이라며 중국이 5G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중국이 제안한 ‘IMT-2020’을 5G의 공식기술 명칭으로 채택한 바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정의한 5G는 현재 4G LTE 보다 전송속도는 약 270배, 지연 속도는 30배 이상 빠른 차세대 네트워크다. 20GB 초고화질 영화 한편을 8초만에 전송할 수 있다. 한국 역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5G 테스트포럼에서 정보통신기술업체들과 세계에서 가장 큰 5G 필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통신업체들이 줄달음을 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서 글로벌 통신시장의 전략 수립과 실행을 주도했던 양현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신 시장에서 보면 오히려 삼성전자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브이아르(VR) 등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전시했다. 5G와 커넥티드카 등 다른 ICT업체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내세우는 기술 역량을 보여주진 않았다.
물론 삼성전자는 28일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인도 통신기업인 지오와 인도 인구 90% 이상에게 4G 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I&G (Infill & Growth)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오와 지난 2012년 4G LTE 네트워크 장비 단독 공급 계약을 체결해 약 2년만에 인도 최초의 4G LTE 전국망을 구축했다는 성과도 발표했다.
통신업계에선 ‘일류 기업은 표준을 팔고 이류 기업은 기술을 팔고 삼류 기업은 제품을 판다’는 말이 있다. 양현미 GSMA 전략책임자는 “삼성이 스마트폰 사업에 갇혀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업 다각화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글·사진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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