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7일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7’ 개막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완 기자
“(반도체) 칩이 앞으로 신발에도 들어가면 신발이 당신보다 더 똑똑해진다. 믿을 수 있겠나? (더 똑똑한) 그걸 밟고 다녀야 해. 하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의 시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인공지능이 슈퍼지능이 되는 것은 조만간 실현될 것이다. 슈퍼지능은 움직이는 기기에 들어갈 것이다. 30년 안에 로봇 100억대가 인간을 돕고, 생활은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이다.”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올해 주제는 ‘모바일, 그 다음 요소’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는 시대, ‘그 다음’에 대해 들어보기에 손 회장은 적합한 인물이다. 손 회장은 최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입었던 스타일의 어두운 색 터틀넥에 재킷을 입고 기조연설 연단에 올랐다.
손 회장은 사물인터넷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스마트폰의 80%에는 이미 사물인터넷이 가능한 칩이 들어가 있다. 2035년이 되면 사물인터넷이 되는 기기가 1조에 달할 것이다.” 기기 간 통신이 가능한 사물인터넷은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오투오(O2O) 등 소비자서비스, 스마트공장 등에 다양하게 쓰일 것이라고 했다. 그런 시대의 핵심 기술은 ‘보안’과 ‘연결성’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쁜 사람은 사물인터넷 시대에 수백만개의 시시티브이(CCTV)를 들여다볼 수 있고 자동차를 해킹해 조종할 수 있다.”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연결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프트뱅크가 1조원을 투자한 미국의 인공위성 스타트업 ‘원웹’의 예를 들었다. 현재의 인공위성들보다 더 가까이 촘촘하게 지구를 에워싸는 프로젝트를 통해 어느 오지에서도 자율주행차 작동 등 사물인터넷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회장은 ‘싱귤래리티’가 좋은지 나쁜지 청중에게 물었다. “슈퍼지능은 인간의 일자리를 뺏고 삶을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그래서 슈퍼지능, 핵전쟁, 기후변화, 나쁜 정부 등은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12가지 위험 요소”라고 했다. “하지만 슈퍼지능은 나머지 11개 위험을 해결할 수 있다. 여러분은 슈퍼지능을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 적으로 삼을 것인가?”
뒤이어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5세대(5G) 이동통신 너머 새로운 세상’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황 회장은 “2019년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목표다. 그는 “5세대 이동통신은 속도뿐 아니라 연결성, 용량에 더해 지능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에는 드론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도로마다 커넥티드카가 가득한 세상이 펼쳐졌을 때 제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불행한 사고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차세대 이동통신의 지능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황 회장은 또 5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빅데이터가 “환경, 질병 등 인류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로 활용할 수 있다”며 “5세대 이동통신은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상호 결합하는 ‘지능형 네트워크’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는 미래 기술을 이끄는 기업 수장들이 잇따라 연단에 오른다. 전시장에선 기술의 발달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것도 미래의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바르셀로나/이완 이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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