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쓴 데이터는 보상하지 않지만 더 쓴 데이터에는 ‘요금 폭탄’을 던진다. 사용자들의 원성을 사는 휴대폰 데이터 요금제 구조다. 알뜰폰 업체 씨제이(CJ)헬로비전이 이런 요금 구조를 깨고 미사용 데이터만큼 요금을 깎아주는 상품을 내놔 이동통신업계에 ‘요금 개혁’ 바람이 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씨제이(CJ)헬로비전은 알뜰폰 서비스 헬로모바일이 업계 최초로 데이터를 덜 쓰면 요금을 돌려주고, 더 써도 초과 사용료가 반값인 ‘착한 페이백 데이터’ 유심 요금제 2종을 출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요금제는 정해진 제공량보다 데이터를 소량 사용하는 이용자, 남은 데이터가 다음 달로 이월되더라도 이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이용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새 요금제는 월 2만6900원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것과 3만5900원에 2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2종으로, 모두 음성·문자 무제한 사용 조건이다. 약정한 데이터를 모두 사용하지 않으면 1메가바이트(MB)당 요금 10원을 깎아주는 게 기존 데이터요금제 상품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초과 사용분에 대해서는 1메가바이트당 10원을 추가로 받는데, 이는 다른 데이터요금제(1메가바이트에 22.5원 추가)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2만69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하고 특정 월에 데이터 500메가바이트가 남았다면 5000원을 할인받아 2만1900원을 내면 된다.
케이티(KT)·에스케이텔레콤(SKT)·엘지유플러스(LG U+) 등 이통 3사는 약정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지 않았으면 그 다음 달 한 달 사이에만 이월해 쓰거나 다른 이에게 넘겨서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덜 쓴 데이터에 대해 요금을 차감해주지 않는다.
씨제이헬로비전은 2016년 6~7월 데이터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제공량을 모두 사용하지 못한 고객 비율이 70.6%였다고 밝혔다. 가입자들이 남긴 평균 데이터량은 제공량의 48.9%에 달했다. 정재욱 씨제이헬로비전 모바일판매전략팀장은 “제공한 데이터 용량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착안해 이용자 입장에서 요금제를 내놨다”며 “이통사가 하지 못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알뜰폰을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적 고려에서 요금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알뜰폰 업체의 시도를 이통사들은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가 이런 요금제를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먼저 한 이통사가 이같은 요금제를 시도한다면 달라질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영수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헬로비전처럼 파격적인 요금제가 계속 나오면 이통사들이 압박을 받을 것 같다”며 “모든 이통사가 따라가기는 힘들지만, 정체된 경쟁 구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요금 폭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가 데이터 요금제를 택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다수가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고가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해 통신요금을 과다 지불하고 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지금이라도 이통사들은 요금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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