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를 바꿀 혁신 기술은 무엇일까? 2017년 벽두에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1월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다. 세계 3800개 이상의 기업이 전시품을 내놓고, 6500곳 이상의 미디어가 이를 보도한다. 1967년 시작한 이 전시회는 50주년을 맞아 보다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들이 자율주행차를 내세워 올해 가전전시회를 점령했듯이 내년 전시회에서도 산업 간 융합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회의 성격을 보여주는 첫 기조연설자로는 아이티(IT)업체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나선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를 발명해 컴퓨터게임시장을 성장시킨 데 이어 최근 인공지능(AI) 연구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까지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전시회에 자율주행차 시승 프로그램까지 준비했다.
다른 업체들도 자동차와 관련된 신기술을 선보인다. 가상현실(VR) 기술을 들고 나오는 인텔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베엠베(BMW) 기자간담회에도 함께 참석한다. 베엠베와 함께 어떤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는지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업체 코닝은 유리를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를 선보인다. 코닝은 ‘새로운 첨단 유리가 주행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주제로 내걸었다.
자동차부품 업체들도 영역을 따지지 않는 융합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보쉬는 전자와 통신 업체 등이 선점하고 있는 ‘스마트홈’ 가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전원·난방·조명 등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내놓는다.
세계 가전업계의 수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도 여러 제품을 내놓는다. 엘지전자는 소비자의 사용 습관을 읽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채택한 제품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에어컨은 사용자가 주로 머무는 공간을 구분해 집중 냉방을 하고, 냉장고는 사용자가 도어를 열지 않는 취침시간을 구별해 자동으로 절전 운전을 한다. 자기장을 이용해 공중에 뜨는 엘지 블루투스 스피커도 관람객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CES혁신상’을 받은 벽걸이형 무풍 에어컨과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해 스마트폰으로 각각의 제품들을 작동시키는 주방 가전도 선보인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도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장난감과 스마트 기기의 메모를 인쇄하는 소형 프린터를 들고 라스베이거스를 찾는다. 삼성으로서는 이번 전시회가 갤럭시노트7 단종 이후 맞는 첫 국제가전전시회다. 아직 이상 발화 원인을 발표하지 않은 채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 사내벤처가 만든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장난감.
16년 전, 새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리는 2000년 가전전시회의 화두 역시 ‘디지털 네트워크화, 정보통신과 가전의 결합’이었다. 16년 뒤 네트워크는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뀌고, 비디오·오디오 플레이어는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로 바뀌었다. 2000년에 전시회를 이끌었던 썬마이크로시스템은 사라졌고, 아직 변방을 벗어나지 못하던 삼성과 엘지는 세계적 기업이 됐다. 2017년 가전전시회도 여전한 혁신의 압박 속에서 미래 기술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가늠할 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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