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전자의 김정원 책임연구원(왼쪽부터), 김영호 전문위원, 신지훈 책임연구원이 인터뷰 뒤 스마트폰 V20을 들고 있다. 엘지전자 제공
얇으면 예쁘지만 배터리 문제
두 토끼 잡으려 탈부착식 채택
“밤샘 연구로 새 디자인” 자부심
두 토끼 잡으려 탈부착식 채택
“밤샘 연구로 새 디자인” 자부심
배터리는 스마트폰의 ‘계륵’이다. 사용 시간을 늘리려고 배터리 부피를 키우자면 ‘스타일’이 안 살고, 디자인을 살리자면 배터리 용량을 양껏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배터리 용량은 기본적으로 두께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살리고 배터리도 살려야 하는 영원한 숙제를 안고 있는 스마트폰 디자이너와 하드웨어 연구원을 최근 서울 여의도 엘지 트윈타워에서 만났다. 엘지(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V20을 만든 이들이다.
“스마트폰을 디자인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게 두께다. 얇게 만들수록 모양이 예쁜데, 내장 배터리 용량이 스마트폰 두께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배터리의 두께가 부품 가운데 가장 두껍다.”(신지훈 엘지전자 MC디자인연구소 책임연구원)
“배터리 크기를 동일하게 놓고 에너지 용량을 높이는 것은 안전과 관련이 있다. 배터리를 얇게 만들고 싶어도 안전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안 된다.” (김정원 MC연구소 책임연구원)
스마트폰 모양을 디자인하는 신지훈 연구원과 하드웨어를 연구하는 김정원 연구원은 그래서 가끔 의견이 갈린다. 김영호 MC디자인연구소 전문위원은 그래서 엘지 V20은 배터리 착탈식 스마트폰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3000이나 3500 등 암페어를 가지고 따지는데,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는 ‘이 배터리로 하루를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중요하게 본다. 하루를 버틸 수 없다면 계속 충전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엘지는 안전성이나 사용 시간을 감안해 배터리를 갈아끼울 수 있게 만들었다. 소비자에게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V20은 스마트폰 뒷면 케이스를 열면 충전된 배터리(3200mAh)로 교체할 수 있다. 충전기를 연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긴하다.
배터리를 바꿔 끼우다 보니 아무래도 일체형에 견줘 디자인이 예쁘지 않거나 방수·방진이 어렵지 않나 하는 의문도 있다. 신지훈 연구원은 “물론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일체형으로 가야 한다”며 “그러나 발열과 용량 문제 등이 기술의 발달로 해결된 뒤일 것”이라고 했다.
대신에 엘지는 V20을 쓰는 사용자 경험을 고려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벗기려면 손톱을 끼거나 힘을 줘야 했는데, V20은 버튼을 누르면 케이스가 반자동으로 튕겨나오게 만들었다.
1년도 안 되는 개발 기간에 밤샘 연구로 내놓은 V20은 이들에게 자부심처럼 보였다. 김 전문위원은 “엘지 스마트폰은 애플 디자인을 따라가지 않고 나름대로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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