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11월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고와 함께 그가 조이 이토 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 소장과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대담을 실었다. <와이어드>가 8월 오바마 대통령을 11월호 객원 편집인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는데 그 결과다. 미국 대통령이 잡지 편집인을 맡은 건 처음이다. 오바마는 6월엔 저명 학술지 <미국의사협회 저널>(JAMA)에 ‘미국의 보건의료 개혁’이라는 논문을 단독 게재하기도 했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는 제목의 <와이어드> 기고에서 오바마는 과거 어느 때보다 현재 미국인의 삶이 개선됐다며 미래를 낙관했다. 과학적 도전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북돋우는 과학교육이 미래를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젠 블랙베리 대신 매일 아이패드로 브리핑을 읽고 가상현실 헤드셋을 체험한다며 지난해 영화 중 <마션>이 으뜸이었다고 ‘덕후’의 일상을 드러냈다.
그는 어린 시절 <스타트렉>을 보며 자랐는데 특수효과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미래를 낙관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도전정신의 가치를 배웠다고 말했다. 11일엔 “2030년까지 인류를 화성에 보내고 지구에 귀환시키겠다”는 화성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오바마는 <와이어드> 대담에서 인공지능 시대엔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필요하며, 자율주행차가 탑승자와 보행자 중 누구를 보호할지 결정해야 할 때 기준은 사람이 정한다며 설계자로서의 인간 역할을 강조했다.
오바마가 과학과 미래를 강조하는 데엔 ‘덕후’ 기질이 거론되지만, 퇴임 이후 정보기술 분야에 뛰어들려는 계획이 엿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임기말 대통령들이 집과 사무실을 새로 장만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재단이나 조직을 꾸리다가 말썽이 나는 나라와 대비돼 마냥 부럽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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