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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10만원 비싸진 V20, LG전자는 왜…

등록 2016-09-20 22:17

지난 7일 LG전자 조준호 사장이 새 스마트폰 V20을 내놓으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LG전자 조준호 사장이 새 스마트폰 V20을 내놓으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고가 89만9800원…29일 시판
고성능에 파격 이벤트 한다지만
시장 반응 “글쎄”…주가도 하락

“적자인데다 경쟁사보다 판매량 적어
개발비 뽑으려면 값 인상 불가피”
삼성-애플 빈 공간 파고들지 관심
경쟁작의 빈틈을 노린 베팅인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리콜이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엘지(LG)전자가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의 가격을 ‘예상’보다 높게 책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 석권을 노리던 갤럭시노트7이 주춤한 사이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과, 다소 낙관적인 가격 전략이라는 관전평이 동시에 나온다.

엘지전자는 29일부터 판매하는 V20의 출고가를 89만9800원으로 책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같은 대화면 ‘패블릿’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7(98만8900원)보다는 낮지만, 전작인 V10(79만9700원)에 견줘 10만원 뛰었다. 최근 나온 애플 아이폰7 시리즈가 70만~80만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V20가 몸값을 높게 불렀다는 평가가 더 무게를 얻을 법하다.

업계에서는 특히 아이폰7이 국내에 상륙하지 않은 가운데 갤럭시노트7이 고전하는 상황을 파고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상반기에 출시된 엘지전자 프리미엄폰 G5의 실패까지 떠올리면 ‘베팅’의 측면이 강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엘지전자 주가는 이날 1.6% 떨어진 4만9200원으로 마감했다. 노근창 에이치엠씨(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V20 출고가가 높지 않으냐는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엘지전자의 실적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엠시(MC)사업본부가 좋아져야 올라가는데, V20이 출시됐어도 3분기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엘지전자는 2분기에 엠시사업본부에서 1535억원의 적자를 봤다.

엘지전자는 성능에 걸맞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설명한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홍채인식을 빼고는 V20의 성능은 갤럭시노트7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또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걸었기 때문에 소비자들 호응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월31일까지 구매하면 블루투스 이어폰 ‘엘지 톤플러스(HBS-900)’와 ‘엘지 블루투스 스피커(PH1)’, 배터리팩을 묶은 정가 20만7천원어치 ‘사운드 패키지’를 5천원에 살 수 있어 출고가 하나만 볼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제휴 신한카드로 사면 환급과 요금할인으로 최대 46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할인혜택을 내걸었지만 엘지전자의 고민은 사실 복잡하다. 엘지전자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삼성전자)는 판매 목표가 천만대 단위다. 엘지는 그에 못 미친다. 그동안 투입된 개발비를 뽑으려면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단기 경영실적보다 스마트폰 시장 실지 회복을 중시한다면 가격을 더 낮춰 수요를 끌어올리는 게 낫지 않으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문제가 불거진 뒤 구형 갤럭시노트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휴대전화 유통 전문업체인 착한텔레콤은 지난달 중고 휴대전화 쇼핑몰인 세컨폰과 오픈마켓, 소셜코머스, 번개장터, 다이소 휴대폰자판기 등을 통해 접수된 1529건의 중고 휴대전화 주문 내역을 분석했더니 갤럭시노트4가 21.2%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성능이 검증된데다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나 단말기유통법의 지원금 상한을 적용받지 않고, 재고 소진 필요로 이동통신사들이 지원금을 듬뿍 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완 김재섭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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