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자사주 매입 힘입어 4.23% 반등
갤럭시노트7 폭발, 그룹 사업재편, 신뢰 회복 본격 시험대
갤럭시노트7 폭발, 그룹 사업재편, 신뢰 회복 본격 시험대
삼성전자가 12일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추진키로 결의하면서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심각한 결함 파문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나아가 삼성그룹의 사업재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 앞에 닥친 첫번째 과제는 배터리 이상연소가 발생한 갤럭시노트7 문제 해결이다. 삼성전자는 2일 리콜을 발표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9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사용중지 권고를 내리면서 오히려 미온적인 대응을 했다는 역풍을 맞았다. 캐나다 정부는 13일 갤럭시노트7의 공식 리콜을 결정했다. 국가 차원에서 노트7의 공식 리콜이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노트7 파문과 관련해 추가 대책을 내놨다. 우선 오는 20일부터 무선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노트7의 배터리를 60%까지만 충전할 수 있도록 조처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은 배터리를 100% 충전하고 싶어도 60%까지만 충전이 제한된다. 이는 노트7의 사용중지 권고를 듣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기존 노트7의 빠른 교환을 촉구하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19일 이후 환불 대신 새 노트7으로 교환하는 고객에게는 통신비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수준은 3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새 노트7 제품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할 만큼 완성도가 높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만약 미국에서 제대로 조사를 해서 이게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에스디아이(SDI) 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후폭풍이 훨씬 클지 모른다. 일단 노트7을 전량 회수하고 전수검사를 한 새 제품으로 바꿔줘야 한다. 다시 문제가 생기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5년 3월 이건희 회장은 경북 구미 공장에 임직원 2000명을 모아놓고 휴대전화, 팩시밀리 등 500억원 어치의 제품을 망치로 부수고 태워버렸다. 삼성전자가 판매한 무선전화기 가운데 불량품이 있다는 보고를 받자 이 회장은 판매된 15만대를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거나 회수한 다음 그 제품들을 ‘화형식’에 처한 것이다. 당시 휴대전화 다섯 개 모델 가운데 네 모델은 아예 생산을 중단하고 대신 신제품을 개발했다. 이 회장의 일화는 임직원의 많은 노력을 가린 신화일 수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삼성그룹의 사업재편도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만만치 않은 과제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계열사들을 대폭 정리했다. 선대 이병철 회장 때부터 유지한 화학·방산 부문 계열사를 팔았고 외국기업과의 합작에서도 철수했다. 또 합병 시너지가 날 것 같지 않은 패션부문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합치기도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의 평판은 심각한 의구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사업재편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다독일 필요가 있는 셈이다.
셋번째는 사회적인 신뢰 획득인데, 여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12일 폭락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13일 반등에 성공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소식보다는 자사주 매입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경영진의 성과가 주가에 반영되는 것은 1년 이상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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