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일 노트7 사용중지, 대여폰 교체 권고
비행기 기내 반입과 모호한 환불 등 불편 가중
비행기 기내 반입과 모호한 환불 등 불편 가중
삼성전자가 10일 갤럭시노트7 사용자에게 갑자기 사용중지 권고를 내리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리콜 결정에 이어 주말에 갑자기 사용중지를 권고하면서 갤럭시노트7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휴대전화 관련 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보면, 특히 한가위 연휴를 맞아 국외 여행을 계획했던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상태다. 한 사용자는 “다음주 중에 외국에 나가는데 추석 연휴 전에 (대여폰으로 바꾸러 갈) 시간이 날지도 모르겠고, 괜히 노트7 들고 탔다가 승무원한테 주의 받기도 싫은데 서비스센터 연락도 잘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는 지난 8일 “기내에서 갤럭시노트7의 전원을 끄고, 충전하거나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호주·타이·유럽 등지의 항공사들이 기내 사용과 충전을 금지하거나 수화물 반입을 막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스마트폰이 여행 중 연락을 위한 메신저뿐만 아니라 카메라·지도 등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갑작스런 ‘사용중지’ 권고는 연휴 기간 동안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노트7 사용자는 “노트7을 살 때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받은 사은품 다 버렸는데 노트7을 환불하려면 사은품비 1만~2만원을 내야 한다고 한다. 노트7 (휴대전화) 케이스를 산 것도 환불해주지 않을 것 같은데 전화기 하나 잘못 사서 정말 피곤하다”고 호소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손에서 항상 놓지 않는 사용자가 많은데 주말에 갑자기 전원을 끄고 있으라고 권고한 것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트7 사용자인 오아무개씨는 삼성이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씨는 “사용중지 뉴스를 보고 저녁 7시에 휴대폰을 끌 때까지 삼성전자나 이동통신사로부터 이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나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사용중지 권고가 나온 지 하루 뒤인 11일 찾은 서울 시내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모습은 비교적 한산했다. 오전 내내 한 곳은 8명, 또다른 한 곳은 12명 만이 찾아와 노트7을 대여폰으로 바꿔갔다. 국내에 보급된 노트7은 40만여대 수준으로, 삼성전자 쪽은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대여폰으로 교체했는지는 집계되지 않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지난 2일 자발적 리콜을 발표하면서 추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용중지 권고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9일(현지시각)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가 “갤럭시노트7의 전원을 끄고,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발표하자 뒤늦게 이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리콜 결정 뒤에도 노트7 연소가 계속 문제되고 있어 안전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리콜과 사용중지 권고로 인해 삼성 스마트폰의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7 출시 전 갤럭시노트7으로 기선을 제압하려던 전략도 차질을 빚어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10일 한국 갤럭시노트7 소비자에게 사용중지 권고를 내린 데 이어, 1차 출시국 11개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도 사용중지를 권고했다. 사용중지 권고를 내린 국가는 한국, 미국, 캐나다, 대만,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등 10개국이다. 중국은 배터리 문제가 발견이 안돼 사용중지 권고 국가에서 빠졌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에게 “사용을 중지하고 가까운 삼성서비스센터를 방문해 필요한 조처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며 “서비스센터와 매장에서 대여폰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위험 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삼성전자가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며 리콜을 한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은 앞으로 어떤 조처와 태도를 보이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불편하다고 느낀 시간과 비용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지가 과제로 남은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