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지원금 1조2천억 줄이고
영업이익은 3조1천억 껑충
공정 경쟁과 소비자 편익 내세운 법 취지 무색
국회 제출 개정안 여럿
지원금 공시제, 기본료 폐지 등 대안 거론
영업이익은 3조1천억 껑충
공정 경쟁과 소비자 편익 내세운 법 취지 무색
국회 제출 개정안 여럿
지원금 공시제, 기본료 폐지 등 대안 거론
2014년 10월 시행에 들어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단지 통신사 배를 불리는 법’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왔다. 이동통신사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이용자 차별을 없애고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애초 취지는 무색해진 반면, 경쟁 제한으로 영업비용이 줄면서 이익률을 크게 높여준 꼴이기 때문이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60만~7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는 이용자가 있는 반면 10만원에도 못 미치는 보조금을 받는 이용자가 있을 만큼 시장이 혼란스러웠다. 이를 시정하고, 지원금을 벌충하려고 비싼 요금제를 적용하는 관행을 없애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도모한다는 논리가 단통법을 탄생시켰다. 단통법은 공시지원금을 최대 33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게 상한액을 고시로 규정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신규가입·번호이동·기기변경으로 이동통신 3사에 새로 가입한 이용자는 2049만명으로 2015년(2145만명)과 비슷하다. 이동전화 단말기 평균지원금을 이들 숫자만큼 곱하면 전체 지원금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데, 4조7776억원 규모의 2015년 전체 지원금은 2014년(6조89억원)보다 1조2313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통 3사는 지난해 매출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영업이익은 3조1688억원으로 2014년(1조6107억원)에 견줘 급증했다. 2014년에 비해 지원금 규모는 1조2313억원 줄고, 이를 포함한 영업비용도 2조8703억원 감소한 것과 연결지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지원금 축소 폭과 엇비슷하게 영업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지원금과 판매장려금이 포함된 항목인 지급수수료가 2014년 5조5912억원에서 2015년 5조1027억원으로 줄었다. 케이티(KT)는 지원금을 계상하는 판매관리비 항목이 2014년 2조7480억원에서 2015년에 1조9540억원으로 794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엘지유플러스(LG U+)도 지원금이 포함되는 판매수수료가 2014년 2조1440억원에서 2015년 1조3530억원으로 7910억원 감소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 단통법 시행 전후의 변화를 공개하면서 가입자당 평균요금이 2014년 7~9월 4만5155원에서 올해 1~3월 3만9142원으로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통신비 인하 체감도는 여전히 냉랭하다. 소비자단체 쪽에서는 “이통사들은 통신비를 쥐꼬리만큼 내려놓고 생색내지만, 단통법 최대 수혜자는 이통사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단통법이 요금 인하와 서비스 경쟁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 국회에 여러 건의 단통법 개선안이 제출된 상태다. 이들 개정법안에는 분리공시제 도입과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이 담겨 있다.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 경쟁을 활성화하고,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단말기 가격 거품을 없애야 한다는 논리다. 분리공시제는 보조금 안에 합쳐져 있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각각 따로 구분해서 공시하자는 것인데,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약정(요금할인) 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이동통신유통협회와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토론회를 열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정부도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단통법 개선 의견 수렴에 나선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7일 이통 3사와 제조사 등이 참석하는 이동통신유통구조개선협의체 회의를 개최한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단통법이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금이라도 기본료를 폐지하고 공시지원금을 확대하며, 요금할인 20%를 30%로 조정하는 등 적극적 가계 통신비 절감 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일부에게만 가던 지원금 혜택이 골고루 주어지고 있고, 20%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이용자가 꽤 늘어서 공시지원금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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