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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세무사 사라진다면 세무고 다니는 전 어떡해요?”

등록 2016-08-16 06:59수정 2016-08-16 07:00

“방금 강연에서 세무사는 머지않아 인공지능과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러면 지금 세무고에 다니고 있는 저와 친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얼마 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시대와 직업의 미래’를 주제로 강의했는데, 그 자리에서 나온 세무고 학생의 질문이다. 연말정산과 각종 세무신고가 디지털 세무자료와 소프트웨어 덕분에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간소화되었고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으므로 세무사와 회계사의 업무가 줄어들고 종사자 또한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한 데 대한 질문이다.

세무 전문직의 꿈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는 고교생에게 돌려줄 답변이 난감했다. 기자가 기사를 쓰는 일도, 약사가 약을 조제하고, 의사가 병을 진단하고, 변호사가 소송용 문서를 준비하는 일도 로봇이 투입돼 사람보다 더 뛰어난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주변 전문직들의 사례를 더 많이 소개한다고 해서 안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해 평생직장은 물론 평생직업도 사라지게 되고 대부분의 직업의 전망이 불투명해진 시대에 특정 직군의 미래만은 여전히 밝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기술의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운 직업 분야는 사실상 없다. 거의 모든 일자리가 불안해진 만큼, 특정 직업군이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와 그를 기반으로 한 준비는 위험하다. 미래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세상이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국내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인공지능이 가장 쉽게 구현해낼 수 있는 기술이 현재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질문한 학생에게 부족한 답변을 했다. “어차피 모든 직업은 불안합니다. 자신의 직업이 미래에 안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안주하는 학생보다 오히려 불안한 미래와 씨름하면서 스스로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학생의 환경이 그 점에서 더 나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직업의 세계에서 기계는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을 대체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최신 도구를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 업무 기술을 개발하고, 또 내 직업 너머의 세계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변화를 읽어내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덕성을 갖춘 사람을 선택할 것인 만큼, 기계가 줄 수 없는 인격을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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