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불허에 살길 모색하던 업계 깊은 고민
“IPTV와 경쟁할 수 있는 정부 정책 필요”
“내실 다지는 계기 삼아야” 목소리도
“IPTV와 경쟁할 수 있는 정부 정책 필요”
“내실 다지는 계기 삼아야” 목소리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일 심사보고서를 내놨을 때 “최악의 심사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던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씨제이(CJ)헬로비전은 18일 최종 결론에 변화가 없자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수용 의사를 밝혔다. 공정위 판단을 뒤집기에는 가진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의 경쟁자로 인수·합병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온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 U+)는 이날 낸 ‘공동 입장’에서 “이번 결정은 방송·통신시장 독과점 심화와 소비자 후생 저하 등의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인수·합병 금지 결정을 존중한다”며 반색했다. 유료방송과 이동통신시장 판도를 크게 흔들 것으로 보였던 인수·합병이 물건너가면서 이를 둘러싼 이동통신 3사의 각축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에스케이로서는 두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거나 굳히려는 전략이 벽을 만났고, 씨제이로서는 헬로비전 매각 자금으로 콘텐츠 분야에 투자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매각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던 케이블방송업계(종합유선방송사업자) 전반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시장 상황을 무시한 오판”,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케이블방송업계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이동통신사들의 아이피티브이(IPTV)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가입자, 매출, 영업이익이 지속적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케이블티브이 가입자는 지난해 3월 1459만명에서 올해 3월 1443만명으로 감소했다. 방송매출은 지난해 2조2590억원으로 2014년보다 3.7% 줄고, 영업이익은 4056억원으로 10.6% 감소했다. 반면 아이피티브이 가입자는 올해 4월 1308만명으로 1년 전보다 160만명 증가했다. 지난해 방송매출은 1조9088억원으로 28.3%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케이블업계는 아이피티브이와의 경쟁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씨제이헬로비전, 딜라이브, 티브로드, 현대에이치씨엔(HCN), 씨엠비(CMB) 등 케이블방송 업체들은 정부가 앞으로 모든 인수·합병을 불허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를 쪼개 팔든지, 최악의 경우 지역 내 가입자를 줄여서 팔면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케이블업계가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 채널 운영을 강화해 지역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더 잘 전달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업계는 ‘균형 있는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애초 전국을 75개 권역으로 나눠 케이블사업자들한테 지역 독점권을 줬다. 하지만 위성방송과 아이피티브이가 등장하고 이를 운영하는 이통사들이 통신상품을 끼워팔기한 것도 자신들의 경쟁력을 떨어트렸다는 게 케이블업계 입장이다. 김용배 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팀장은 “이대로 가면 고사하고 만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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