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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어렵다고 아이들의 스마트폰 문제 외면하는 건 비교육적이죠”

등록 2016-05-08 20:18

4월26일 샛별초등학교에서는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이 ‘디지털 세대에 부모노릇 하기’를 주제로 ‘샛별 학부모 교실’ 강의를 했다.  샛별초등학교 제공
4월26일 샛별초등학교에서는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이 ‘디지털 세대에 부모노릇 하기’를 주제로 ‘샛별 학부모 교실’ 강의를 했다. 샛별초등학교 제공
“집집마다 자녀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모든 가정과 자녀에게 똑같이 적용될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각 부모가 가정과 자녀의 고유한 상황과 특성을 고려하고, 디지털 기술이 지닌 양면적 속성을 이해해 스스로 가르쳐야 합니다.”

지난 4월26일 저녁 경남 거창 샛별초등학교 강당에서는 학부모 대상 교육 ‘샛별 학부모 교실’이 진행됐다. 교사들과 학부모 8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이 ‘디지털 세대에 부모노릇 하기’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의는 스마트폰이 보편화한 환경에서 자녀들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을 부모와 교사들이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스마트폰 확산되며 새 문제 발생
교사·학부모·학생별 논의·설문조사
2013년부터 ‘스마트폰 금지’ 교칙 시행
‘디지털화 대세에 역부족’ 체념 대신
교사·학부모 힘모아 ‘교육적’ 시도

샛별초등학교는 50여년 전 설립된 이래 독특한 교육 방침을 시행해오고 있다. 학년별로 2개 학급씩, 전교생이 326명인 소규모 사립학교이지만, 여느 초등학교와 다른 점이 많다. 무엇보다 1984년부터 30년 넘게 학생들에게 주는 상이 하나도 없다. 교내 대회의 명칭도 모두 발표회로 바꿨다. 모두 열심히 하고 결과는 각자 노력한 만큼 얻는 걸로 충분하기 때문에 남과 비교하는 시상이 필요없다는 생각에서다. 또 소풍이나 현장 학습, 운동회 등 학교 행사 때 즉석음식과 탄산음료를 가져올 수 없다. 건강을 위해선 어려서부터 적극적인 먹거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바른 먹거리 운동’이다. 2012년부터는 일제고사 형태의 중간고사를 없애고, 시험도 사지선다형 문제보다 서술형 위주로 바꿨다.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는 환경에서 샛별초등학교는 ‘스마트폰 금지’라는 새로운 교육방침을 추가했다. 이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다른 학교처럼 학교 오면 휴대전화를 선생님에게 제출하고 방과 후 돌려받았다. 2012년부터 스마트폰을 쓰는 학생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학교 안팎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다닐 때는 없던 현상이다.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만나는 현상을 외면하지 않고, 교육적 관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2013년 1월초 3박4일간 전북 김제 지평선학교에서 진행된 교사연수회에서 모든 교사들이 이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토론을 벌였다.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스마트폰 과다사용과 욕설 등 문제가 지적됐으며, 디지털이 주는 장점에 대한 교육적 고려도 있었다. 학부모들에겐 자녀들의 스마트폰으로 인한 학교생활 문제들을 알리며 스마트폰 사용 금지에 대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고학년들을 대상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인한 문제와 해결방안을 스스로 논의하도록 했다.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논의와 참여를 거쳐 샛별초교는 2013년 1학기부터 스마트폰을 금지하고 있다. 부모들에게는 학부모 설명회를 통해 학교의 교육방침을 설명하고,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 것과 2지(G) 휴대전화로 바꿔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교육에 끼치는 구체적 자료가 없는 상태이지만, 감성과 신체, 지능이 균형있게 자라나야 할 어린 시절에 지나치게 전자기기와 영상에 노출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믿음에서다. 디지털을 외면한 것도 아니다. 4, 5, 6학년 교실은 무선인터넷 시설을 갖추고 노트북과 태블릿피시를 이용해 자료 찾기, 각종 프로그램 활용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 일부는 반대하고 있지만, 2013년 이후 스마트폰 금지 교육방침에 대한 학부모들의 찬성률은 매해 90%를 넘는다. 이 학교 송준섭 교감은 “디지털 환경에서 스마트폰 금지가 완벽한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허용하지 않는 일은 힘든 교육방침이다.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가 힘들다고 해서 스마트폰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가정과 학교가 서로 책임을 떠넘겨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송 교감은 “무엇보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해서 될 일이 아니고,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박자를 맞춰 해야 한다는 게 샛별초교의 기본 생각이고 그래서 학부모들의 참여와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샛별초등학교는 내년도부터 학생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교육을 가르치기 위해, 우선 교사들이 디지털 문해 교육과 연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거창/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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