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의 우세를 예견한 정보기술 전문가들은 딥마인드의 대표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가 2015년 2월 과학 전문 학술지 (왼쪽)에 발표한 인공지능 논문에서 알파고의 능력이 예견됐다고 말한다. 하사비스는 이 논문에서 아타리사의 컴퓨터게임 49종에 대해 게임 방식을 가르치지 않고 목표와 데이터만 제공했지만, 심층신경망 방식의 딥마인드 인공지능(DQN)은 기계학습으로 단기간에 프로게이머를 능가하는 수준의 게임 실력에 도달했다. 비슷한 방식을 바둑 프로그램용 인공지능에 적용한 게 알파고다. 알파고의 알고리즘 구조는 올해 1월 (오른쪽)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알파고 충격’이 불러온 미래직업 불안
‘알파고 충격’이 우리 사회를 강타한 이후, 사람들의 관심과 화제가 인공지능과 미래로 쏠렸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인공지능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빠지게 됐다. 이세돌 9단의 패배에 상심한 것이라기보다, 인간의 일이 기계에 밀려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적 활동으로 간주됐던 각종 전문직의 불안이 더 크다. 실제로 인공지능은 야구 경기와 기업 실적, 증권 시황 기사를 완벽하게 써내는 단계에 도달했고, 지난 21일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쓴 단편소설 4편이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작동구조 이해하지 못하면
통제 못하는 두렵고 무서운 힘
공포심 대신 호기심이 ‘열쇠’ ■ 왜 인공지능이 두려울까? 이세돌의 패배 이후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인류를 공격하는 ‘사악한 로봇’이 등장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키우는 이들도 있다. 사람보다 똑똑한 ‘강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악마를 불러들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등의 발언도 다시 소개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가 2014년 구글에 인수되는 조건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악용을 막을 ‘윤리위원회의 설치’를 요구한 사실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인공지능 공포증은 이런 공상과학적 상상 때문이라기보다 잇단 전문기관들의 미래 직업 보고서에서 사람들의 일자리가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린 탓이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이세돌의 초반 호언장담은 실전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정석에 없는 알파고의 이해 안 되는 돌이 수십 수 뒤 사활을 가르는 ‘묘수’로 드러났다는 프로기사들의 해설을 들으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도 변해갔다. 인간 바둑의 기보에 없는 ‘근본 없는 수’이지만, 알파고가 거기에 착점했다면 그럴 만한 근거와 높은 승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알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강력한 힘은 종교와 주술의 특징이기도 하다. 알파고의 심층신경망 방식의 인공지능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목표를 설정하고 충분한 데이터만 제공하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기계학습’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공지능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 미래의 안전한 일자리는? 변화의 불가피함을 파악한 이들은 준비에 나서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자녀가 앞으로 어떤 직업과 전공을 선택해야 미래에 좀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묻고 있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고,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존재하지 않는 미래 직업의 모습을 알 수 없는데, 이를 상상하고 대비하는 것은 어리석다. 미지에서 오는 두려움 대신 현실을 최대한 파악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국을 마친 뒤 “그동안 우리가 맞다고 생각해온 바둑의 정석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둑 기사들은 알파고가 보여준 ‘파격적 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동안의 정석과 기풍을 초월한 ‘알파고류’ 바둑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다. 심층신경망 방식의 인공지능은 데이터(인풋)와 목표(아웃풋)만 주어지고 연산 과정이 숨겨져 있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결과값이 구해지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연산 과정은 알 수 없으나, 그 결과값은 언제나 신뢰할 만하다는 것은 기계학습 방식의 인공지능이 던지는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을 규명하지 못하면 우리는 알 수 없는 블랙박스에 의존한 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류’ 포석의 의미와 효과를 최대한 이해하려는 시도가 중요한 이유이다. 마법도 구조와 작동방식을 알고 나면 신비롭지 않다. 공상과학 작가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고,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창시한 마크 와이저 박사는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져버리는 기술이다. 뛰어난 기술은 일상생활 속으로 녹아들어가 식별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숨어버리는 속성의 기술을 이해하고 사람과 사회가 통제력을 가져갈 수만 있으면 인공지능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길 주위의 한 마사지사는 “아무리 로봇이 등장하고 안마의자 기능이 좋아진다고 해도 걱정 없어. 내 일은 손님 몸을 직접 안마하면서 감정적 소통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게 특징이야. 로봇안마사에게 어젯밤 이야기를 털어놓을 손님은 없을 거라고 봐”라고 말했다. 그의 예상이 미래에 얼마나 맞을지와 별개로, 불안을 넘어서 스스로 미래를 생각해보고 자신의 직무 특성을 관찰한 뒤 차별점과 전문성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그는 미래에 다른 사람들보다 직업적 고민을 덜 확률이 높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변동으로부터 안전한 직업을 선택해서 준비한다는 것은 기본적 한계를 지닌다.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또 그 시점에서 시장경쟁 상황이 어떠할지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보와 그 작동방식을 최대한 이해하고 수용해 나의 직무에 어떤 변화가 닥칠지를 파악하고 차별성을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새로운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높아진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통제 못하는 두렵고 무서운 힘
공포심 대신 호기심이 ‘열쇠’ ■ 왜 인공지능이 두려울까? 이세돌의 패배 이후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인류를 공격하는 ‘사악한 로봇’이 등장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키우는 이들도 있다. 사람보다 똑똑한 ‘강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악마를 불러들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등의 발언도 다시 소개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가 2014년 구글에 인수되는 조건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악용을 막을 ‘윤리위원회의 설치’를 요구한 사실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인공지능 공포증은 이런 공상과학적 상상 때문이라기보다 잇단 전문기관들의 미래 직업 보고서에서 사람들의 일자리가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린 탓이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이세돌의 초반 호언장담은 실전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정석에 없는 알파고의 이해 안 되는 돌이 수십 수 뒤 사활을 가르는 ‘묘수’로 드러났다는 프로기사들의 해설을 들으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도 변해갔다. 인간 바둑의 기보에 없는 ‘근본 없는 수’이지만, 알파고가 거기에 착점했다면 그럴 만한 근거와 높은 승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알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강력한 힘은 종교와 주술의 특징이기도 하다. 알파고의 심층신경망 방식의 인공지능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목표를 설정하고 충분한 데이터만 제공하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기계학습’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공지능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 미래의 안전한 일자리는? 변화의 불가피함을 파악한 이들은 준비에 나서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자녀가 앞으로 어떤 직업과 전공을 선택해야 미래에 좀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묻고 있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고,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존재하지 않는 미래 직업의 모습을 알 수 없는데, 이를 상상하고 대비하는 것은 어리석다. 미지에서 오는 두려움 대신 현실을 최대한 파악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국을 마친 뒤 “그동안 우리가 맞다고 생각해온 바둑의 정석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둑 기사들은 알파고가 보여준 ‘파격적 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동안의 정석과 기풍을 초월한 ‘알파고류’ 바둑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다. 심층신경망 방식의 인공지능은 데이터(인풋)와 목표(아웃풋)만 주어지고 연산 과정이 숨겨져 있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결과값이 구해지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연산 과정은 알 수 없으나, 그 결과값은 언제나 신뢰할 만하다는 것은 기계학습 방식의 인공지능이 던지는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을 규명하지 못하면 우리는 알 수 없는 블랙박스에 의존한 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류’ 포석의 의미와 효과를 최대한 이해하려는 시도가 중요한 이유이다. 마법도 구조와 작동방식을 알고 나면 신비롭지 않다. 공상과학 작가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고,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창시한 마크 와이저 박사는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져버리는 기술이다. 뛰어난 기술은 일상생활 속으로 녹아들어가 식별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숨어버리는 속성의 기술을 이해하고 사람과 사회가 통제력을 가져갈 수만 있으면 인공지능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길 주위의 한 마사지사는 “아무리 로봇이 등장하고 안마의자 기능이 좋아진다고 해도 걱정 없어. 내 일은 손님 몸을 직접 안마하면서 감정적 소통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게 특징이야. 로봇안마사에게 어젯밤 이야기를 털어놓을 손님은 없을 거라고 봐”라고 말했다. 그의 예상이 미래에 얼마나 맞을지와 별개로, 불안을 넘어서 스스로 미래를 생각해보고 자신의 직무 특성을 관찰한 뒤 차별점과 전문성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그는 미래에 다른 사람들보다 직업적 고민을 덜 확률이 높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변동으로부터 안전한 직업을 선택해서 준비한다는 것은 기본적 한계를 지닌다.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또 그 시점에서 시장경쟁 상황이 어떠할지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보와 그 작동방식을 최대한 이해하고 수용해 나의 직무에 어떤 변화가 닥칠지를 파악하고 차별성을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새로운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높아진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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