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인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가 직접 고객을 상대로 투자 자문과 자산운용을 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금융자문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은 ‘사람’이 관여하지 않고 로보어드바이저만으로 자문과 투자를 집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는 금융회사의 자문인력이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 배분 결과를 활용해 고객에게 자문을 하거나, 운용인력이 로보어드바이저의 도움을 받아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수준의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사 영업점 창구나 온라인에서 직접 고객을 상대로 금융투자 자문에 응하고 자산운용도 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이에 앞서 7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공개 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로보어드바이저 대고객 직접 서비스를 하려는 금융사는 업체별로 최대 10명의 투자자가 투자자별 최대 100만원 범위내에서 최소 3개월 동안 로보어드바이저로 투자금을 공개 운용해 자산 배분 알고리즘의 정상적인 작동 여부를 검증 받아야 한다.
2008년 세계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 미국은 사람의 개입없이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 자산을 직접 굴리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업체인 베터먼트와 웰스프론트는 각각 25억달러와 24억달러의 고객 자산을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운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가 자산관리 서비스의 문턱을 낮춰 일반 금융 소비자의 재산 증식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은행, 증권사, 투자자문사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으려면 1억원 넘는 투자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활용하면 최소 가입액이 500만원 수준까지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 웰스프론트는 최소 투자금액이 5000달러(약 600만원)이고, 베터먼트는 투자 금액 기준이 아예 없다. 저렴한 수수료도 장점이다. 미국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의 자문 수수료는 자산의 0.15~0.8% 수준으로, 사람을 통한 서비스에 견줘 절반 이상 싸다.
금융위는 아울러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등 금융상품 제조·판매사에 소속되지 않고 중립적으로 금융투자 자문을 하는 독립투자자문업(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or) 제도도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아이에프에이는 금융회사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문료를 고객한테서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금융상품 제조·판매사와 계열관계가 없어야 하고 임직원 간 겸직도 금지된다.
금융상품은 갈수록 복잡·다양화하고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자산관리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일반 금융 소비자가 자산관리 자문을 받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을 통해 금융상품에 가입하지만, 이들은 고객에 이익이 되는 상품보다는 자사·계열사 상품이나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주로 권유한다. 금융위가 아이에프에이를 도입하기로 한 배경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투자 조언은 무료’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탓에 아이에프에이가 시장에 안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