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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단독] 가려지는 부정·비리 의혹글…“유권자 눈·귀 가리나” 지적

등록 2016-03-24 01:19수정 2016-03-24 09:38

인터넷 검증글 차단하는 정치인들
사생활 침해·명예훼손 주장하며
정통망법 활용 ‘블라인드’ 잇따라
“임시조치 이의신청 4%도 안돼
정치인들이 제도의 맹점 남용”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 국민의 ‘미디어 보유와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 평균 휴대전화(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1시간43분, 컴퓨터는 1시간이었다. 두 기기 사용시간을 합치면 모든 미디어 이용시간에서 40%의 비중을 차지한다. 뉴스와 정보를 얻는 창구로서 온라인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터넷 바다의 뉴스와 정보들은 손쉽게 유통이 차단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망법)의 ‘임시조치’ 제도가 여기에 흔히 활용된다. 이는 온라인 게시물에 대해 누군가가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피해가 있다고 주장하면 인터넷사업자가 이를 비공개 상태로 전환해서 가려주는(블라인드) 조치다. 정통망법은 삭제 요청 규정도 두었지만, 분쟁 우려 탓에 임시조치가 주로 활용된다. 문제의 글을 재공개하려면 이의신청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삭제조치’와 다름없다. 이렇다 보니 부정·비리 의혹 관련 언론보도를 퍼나른 글을 포함해 불리한 정보의 전파와 유통을 차단하는 데 이 제도가 남용된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언론사 누리집에 실린 딸의 부정입학 의혹 기사를 가리지는 못했지만, 이런 뉴스를 블로그나 게시판 등에 퍼나르는 누리꾼들을 막아설 수 있는 것도 이 제도 덕분이다.

온라인 정보 유통 차단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삭제결정도 활용된다. 방심위는 통신윤리에 어긋나는지 심의를 거쳐 온라인 게시물의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정통망법의 임시조치보다는 삭제 요건을 더 엄격하게 따진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이 가족사에 대한 부정적 게시 글 삭제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려 결정이 보류된 상태로, 방심위 법무팀은 22일 심의에서 “역사적 인물의 가족사는 공적 관심 사안으로 이에 대한 의혹 제기는 표현의 자유가 널리 보호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 삭제를 주장한 위원들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허위사실 적시이며 명예훼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유권자가 부정·비리 의혹 언론보도 등 광범위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표를 통한 판단을 내리는 선거 국면에서 이런 임시조치나 삭제결정 제도가 과도하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민사회단체인 ‘오픈넷’은 “정통망법상 임시조치에 대한 이의신청은 4%도 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보다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주장하는 요청을 우선시하는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공인들이 이를 남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물론 포털사들이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해 꾸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키소)는 ‘예비후보자 등록일 이후 후보자 본인이 자신에 대한 연관검색어 삭제를 요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응하지 않으며, 온라인 게시물의 삭제를 요구할 경우에도 구체적인 소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의 자율 규범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범으로 선관위의 임시조치 결정이나 방심위의 삭제결정에 반기를 들기엔 한계가 있다.

나 의원 사례 등 드러난 경우 말고도 인터넷에서 사라진 비판글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인 1월31일에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현역 국회의원 등의 임시조치 요구가 늘었다는 게 온라인 업계 쪽의 전언이다. 4월 선거에 앞서 일찌감치 자신의 정보 유통을 ‘관리’하고 ‘윤색’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권오성 김재섭 기자 sage5th@hani.co.kr

▶[단독] 후보들 잇따라 인터넷서 ‘의혹 글’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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