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6’의 코트라(KOTRA) 한국관 전경.
이번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 참가한 업체 수는 전세계 200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가 지면과 화면에서 접하는 기업들은 국내업체 네댓개와 해외업체를 합해 10개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급변하는 정보기술 환경 속에서 고객에게 혁신을 제공하고 차세대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꿈은 2000개 업체 모두의 희망이다.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꾸린 한국관에 참가한 23개 업체,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조성한 ‘스마트 콘텐트 코리아’관에 참가한 8개 업체의 우리나라 중소기업에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올해 처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엠더블유시에 참가한 디엔엑스(DNX)는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다. ‘랑’이라는 브랜드의 스마트워치로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부스에서 만난 권은경 디엔엑스 대표는 “기존의 스마트워치는 남성성과 기능성이 강했다. 저희 제품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아름다운 디자인과 시곗줄의 변화를 통한 패션 아이템으로서 가치를 높인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시회의 가장 큰 트렌드는 가상현실(VR)이 꼽힌다. 상대적으로 웨어러블 기기들은 거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묻혔다. 미디어도 대기업이 공개한 제품 중심으로 다루다 보니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다. 하지만 권 대표는 올해 국내외 각종 업체들의 웨어러블 제품 출시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워치의 시곗줄만 전문으로 하는 액세서리 기업 참가자들도 상당해요. 하지만 구석에 있어 눈에 띄지 않을 뿐이죠”라고 말했다. 디엔엑스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유망기업 ‘케이-글로벌(K-Global) 300’에도 선정되고 아마존과 독점판매 계약도 맺었지만 자사 제품을 알리는 데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권 대표는 “이번 전시회에서도 좀 더 좋은 자리에 부스를 잡아 제품을 알렸으면 하는 게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회는 강소기업들이 세계 바이어(구매업체)들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는 영향력이 큰 참가자가 많아 더 알찬 자리로 꼽힌다. 코트라 마드리드 무역관의 김기중 관장은 “지난해 참가자 9만4천여명 가운데 시-레벨(C-level, CEO와 CTO 등 경영자급 임원)의 비율이 57%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엠더블유시는 세계 각지의 주요 인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원이 달리는 작은 기업으로서는 좋은 비즈니스 기회”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참가하는 한국 스타트업 ‘아크 인터랙티브’(Arc interactive)도 이번 전시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크는 ‘턴블’이라는 이름의 360도 영상 촬영기기를 제조하는 업체로 올 하반기 제품 시판을 앞두고 있다. 주변 360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영상 제작도구로, 올해 삼성전자의 ‘기어 360’, 엘지(LG)전자의 ‘엘지 360 캠’ 등 주요 제조사의 촬영용 제품들이 이번 전시회에서 대거 공개되면서 시장 성장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를 맞았다. 송헌주 대표이사는 “이 분야는 준비 기간이 오래되었는데 올해 신시장이 폭발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턴블은 공 모양의 촬영 카메라 여러 개를 자유자재로 두고 촬영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활용성이 차별점이다. 최소 3개로 360도 촬영이 가능하며 개수가 늘어날수록 더 좋은 품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전시회 참가 3일째인 이날 송 대표는 “이스라엘, 프랑스, 인도 등 다양한 나라의 바이어들이 상담을 문의하고 있다”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전시회에 참가해온 이들은 중소기업이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선 이렇게 만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시관에서 만난 스몰셀 제조 중소기업 ‘콘텔라’의 최진호 해외사업본부 본부장은 이 분야에 20년 넘게 몸담으면서 엠더블유시만 9년째 참가하고 있다. 스몰셀이란 기지국과 같은 넓은 범위의 이동통신망이 제대로 커버하지 못하는 좁은 지역들의 통신 품질을 높여주는 데 쓰이는 통신장비를 말한다. 최 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이 해외 전시회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인맥을 꾸준히 유지·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는 넓지만 해당 업계는 의외로 좁다. 해외에 새 거래선을 뚫는 데에는 몇년씩 걸린다. 전시회에서 만난 이들과 네트워크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평판을 높이고 새 사업기회의 발판으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콘텔라 역시 스페인 최대 이동통신사 ‘텔레포니카’와 관계를 트기 위해 수년째 전시회에 참가해 오고 있다.
‘MWC 2016’의 코트라(KOTRA) 한국관 전경.
우리나라 중소업체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참가 규모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코트라 후원 참가업체 기준, 최초 2009년 14개 업체가 108㎡의 면적으로 진출했는데, 2012년 15개 업체 180㎡ 규모로 늘었고, 올해는 256㎡ 23개 업체에 달한다. 앞으로는 규모 못지않게 내실을 다지고 대기업 동반 진출 등의 협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여러 참가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바르셀로나/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