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6’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S7’ 공개 행사에서 취재진이 ‘기어 브이아르(VR)’를 착용한 채 발표를 듣고 있다. ‘한계를 넘어서’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가상현실(VR) 기기 ‘기어 VR’를 활용한 독특한 콘셉트로 진행됐다. 바르셀로나/연합뉴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가상현실은 최고 소셜플랫폼”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콘텐츠
곧 선보일 예정 밝혀
“가상현실은 최고 소셜플랫폼”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콘텐츠
곧 선보일 예정 밝혀
삼성과 페이스북이 ‘또 하나의 현실’을 만들고자 손을 잡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S7 언팩(제품공개) 행사에 깜짝 등장해 “우리는 최상의 가상현실(VR)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상현실은 최고의 소셜플랫폼”이라며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의 앞으로 갈 길이 가상현실임을 분명히 했다.
저커버그의 이날 등장은 예정에 없던 일이라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S7의 공개에 대한 기대만 걸고 온 국내외 언론과 협력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저커버그는 발표 주제에 걸맞게 5000여명의 참석자들이 자리마다 배치된 가상현실 체험 헤드셋(머리에 쓰는 기기) ‘기어 브이아르(VR)’로 360도 영상을 체험하고 기기를 벗자마자 무대에 등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진을 찍으러 행사장 중앙의 무대로 달려나갔다.
그는 올해가 ‘가상현실의 원년’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앞서 2014년 가상현실 전문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이 기술이 문자, 사진, 동영상을 잇는 다음 표현 기술이 되리라고 점쳤는데, 이날 발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차세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핵심이 되리라고 밝혔다. 그는 “가상현실은 현재 게임,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쓰이고 있지만 앞으로 사람들이 경험을 만들고 소통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친구들의 캠프파이어, 직장의 업무회의 등을 가상현실로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 스마트폰과 함께 360도 영상 촬영기기 ‘기어 360’을 공개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최근 이를 위한 전문팀을 꾸렸으며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비롯한 다양한 전용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이 자리의 주인공을 잊진 않았다. 그는 “삼성은 가상현실 하드웨어를 디자인하고 빠르게 유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또 기어 브이아르를 통한 360도 영상 누적 시청시간이 지금까지 100만시간에 달했으며, 올해 판매량은 수백만대가 되리라고 말했다.
사실 페이스북과 삼성의 협력 관계는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커버그는 2013년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국내외에서 수차례 직접 만나며 구상을 논의했다. 그는 이날도 “지난해 여름 어느 날 제이 리(이재용 부회장)와 함께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이들이 쓰기 위해선 기어 브이아르 가격이 99달러가 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기어 브이아르는 삼성과 오큘러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는데, 가격과 같은 구체적인 부분까지 두 사람이 직접 의논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이번 발표로 양사의 협력이 향후 다른 사업으로 번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제작·유통 분야에서 앞서고, 여러 제조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뛰고 있는 여명기인 지금 삼성의 언팩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힘을 싣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권오성 이정훈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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