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개인의사”…직원들 “눈치보여”
케이티(KT)가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실명으로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해 조성한 펀드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강제적 성금’처럼 운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통신공공성시민포럼이 21일 공개한 케이티가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을 보면, 회사는 ‘청년희망펀드 기부 참여 여부 및 금액 조사’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기부 의향과 기부 희망금액을 조사하니 희망하는 직원은 조사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조사 기간은 23일까지다. 회사는 이에 덧붙여 “기부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면 되고, 의향이 없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조사 자체를 실명으로 진행하고 있어 직원들 사이에선 사실상 강제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전직 케이티 직원인 이해관 통신공공성시민포럼 대표는 “직원들은 서로 얼마를 써야 하는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가 정부 코드 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9월 조성한 청년희망펀드는 자발적 기부를 받는다곤 하지만 박 대통령이 1호로 가입하면서 사실상 기업 기부금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를 샀다. 실제 대부분의 재벌그룹 총수와 소속 임원들이 사재를 털어 수십억원을 내는 형태의 기부가 이어졌다. 앞서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은 지난 9월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펀드 가입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케이티는 민영화됐지만 과거 공기업이었고 최고경영자 선출에 그동안 정부가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해왔다는 평을 듣는다. 케이티 노조도 지난달 단체교섭에서 직원을 상대로 펀드 기부 의사를 타진하는 데 합의해줬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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