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문 KT 사장
케이티(KT) 임헌문 사장이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를 겨냥해 “자신과 남을 속이려다가 우롱당하지 말라”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임 사장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국 그랑서울에서 열린 출입 기자단 송년회에서 이동통신 업계 1위 에스케이텔레콤의 케이블업계 1위 씨제이헬로비전 인수·합병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발언은 그가 지난 4일 케이티 매스(Mass·소비자 통신 서비스)부문 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뒤 나온 첫 공개 발언이다.
그는 인사말에서 “2015년은 케이티에 뜻깊은 한 해였다. 통신 130주년을 맞아 국민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되찾은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입을 연 뒤, 곧 경쟁사를 향한 포문을 열었다. 임 사장은 “요즘 판을 바꾸겠다는 사업자 때문에 업계가 시끄럽다. 남이 애써 일궈놓은 사업을 파괴하는 것이 진정 가꾸는 것인지, 그것이 고객들이 원하는 판인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씨제이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해 “방송통신 융합시장을 앞서 열고 고객에게 플랫폼 회사로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 설명을 반박한 것이다.
임 사장은 “방송과 통신은 각기 다른 틀 속에서 성장해왔다. 섣부른 (합병) 결정은 통신·방송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오히려 선점이 독점으로 변해서 요금 인상, 산업의 위축 등 부작용을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기기인’(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지금 판을 흔들겠다는 사업자는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남의 밥그릇을 깨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케이티는 이날 방송통신 융합으로 위기에 처한 케이블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해 곧 밝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