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행동을 통해 학습하는 로봇의 개발 연구가 세계적으로 한창이다. 사진은 스위스 달몰인공지능연구소(IDSIA)에서 연구중인 인간형 로봇 아이커브(iCub)가 사람에게 컵을 건네받는 훈련을 하는 모습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발달심리학과 컴퓨터과학의 공동 연구팀 아이랩스(I-LABS)는 지난 11월 아기가 어른이 보는 곳을 따라하는 방식을 바탕으로 로봇에게 같은 방식을 가르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출처 워싱턴대학교
기계학습 적용…인공지능 새장 “초지능은 인류 최후의 발명품”
전세계 석학들 인류 파멸 우려도
기계에 어떤 목표 가르칠지 중요 이 연구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이 로봇에 새 일을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은 ‘주입식’이었다. 기술자가 프로그램을 짜서 로봇의 뇌인 컴퓨터에 직접 집어넣는 식이었다. 그런데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을 주고 아기처럼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식을 축적하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인 셈이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머신러닝(기계 스스로 학습을 통해 문제 해결 방법을 도출하는 컴퓨터 기술)과 인간의 뇌 구조에 대한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경우 아기가 금세 자라듯 로봇 두뇌도 빠르게 성장해 사람의 의식과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의식을 지닌 인공지능의 출현은 석학과 컴퓨터 전문가들이 인류의 파멸까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으로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같은 이들도 포함된다. 그런데 스웨덴 출신의 철학자인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런 인공지능의 등장이 바로 파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이를 결정할 핵심은 인공지능이 등장할 즈음에 우리가 기계에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테드(TED) 강연에서 “(도래할) 슈퍼인공지능은 인류의 마지막 창조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으로 모든 기이한 발명품들을 앞서서 발명해버릴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 효과가 파괴적일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이런 슈퍼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이 인공지능은 일종의 최적화 프로세스일 것이다. 프로세스란 특정 방향으로 미래를 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리고 슈퍼인공지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으로 이 최적화에 매우 능하다. 따라서 잘못된 목표를 향해 최적화가 진행된다면 인류는 끔찍한 비극을 맞을 수 있다. 보스트롬 교수의 예를 들자면 ‘사람을 웃게 만들어라’라는 허술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슈퍼인공지능은 세계를 정복하고 인류의 얼굴에 전극을 꽂아 계속 웃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목표를 설정해주기 전에 우리는 그 목표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해치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요지다. 인간이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내기 힘든 답이다. 워싱턴대 연구진의 컴퓨터과학자 정재윤 박사는 로봇이 더 나은 결과를 자율적으로 내기 위해선 목표를 정확히 설정해주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그 목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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