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위험 누가 부담하느냐 놓고
이통사-알뜰폰 업체간 합의 안돼
이통사-알뜰폰 업체간 합의 안돼
정부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목표로 알뜰폰 정책을 이어왔지만, 정작 알뜰폰 사용자들은 ‘국외 데이터 무제한 로밍 요금제’를 아예 이용할 수 없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장이나 여행으로 우리 국민의 출국이 아주 잦아진 환경인데다 외국에서는 통신 여건에 따라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을 우려가 항상 존재한다. 그럼에도 알뜰폰 이용자들은 무제한 요금제 선택권에서 아예 배제되어 있다.
9일 국내 이통통신 3사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케이텔레콤(SKT)은 9900원,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는 1만1000원을 가입자가 내면 100여개 국가에서 데이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엔 외국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길찾기, 호텔 예약, 맛집 검색 등을 하는 여행객들이 늘면서 이 요금제 이용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알뜰폰 가입자들은 이런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누리지 못한다. 사업자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존 이동통신사 망을 빌려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현재 국외 데이터 로밍은 우리 이통사들이 외국 현지 통신사의 망을 사용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 이뤄진다. 무제한 요금제 상품가격은 1만원안팎이지만, 실제 이통사가 부담할 데이터 비용은 고객 사용량에 따라 다르다. 여차하면 손해를 볼 여지도 있다. 한 이통사 홍보담당자는 “우리 가입자는 우리가 손실 위험을 부담한다. 하지만 알뜰폰 업체 고객의 위험까지 우리가 부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알뜰폰 가입자가 데이터 무제한 로밍을 이용해 초과 비용이 발생한다면 알뜰폰 사업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얘기하는 셈이다.
하지만 알뜰폰 업체들은 이런 부담을 전부 자신에게 지우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한다. 한 알뜰폰 업체 쪽은 “알뜰폰은 상대적으로 영세한 업체들이 경쟁을 하느라 수익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 이런 위험을 모두 부담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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