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원숭이 칸지가 수 새비지 럼보(Sue Savage-Rumbaugh) 박사와 렉시그램을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그레이트에이프재단(greatapetrust.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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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립대 언어연구소에서 생후 9개월 때부터 언어를 배운 수컷 보노보 원숭이 칸지는 의사소통법을 익힌 천재원숭이로 통한다. 올해로 35살인 칸지는 렉시그램이라는 소통도구로 200개 넘는 단어를 익혀 600가지 넘는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을 보였다. 3살 아이 수준의 소통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 44살의 암컷 고릴라 코코도 어렸을 적 1000단어 넘는 말을 배워, 그동안 2만명 넘는 사람과 의사소통을 했다. 언어를 익힌 원숭이들은 석기를 만들고 불을 다루는 법을 배웠으며, 자신의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코코는 기쁨, 슬픔, 사랑, 고민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배운 수화로 “이가 아프다”라고 표현해 치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언어를 익힌 영장류는 다양한 감정과 요구, 지적 능력을 보여주며 사람과 유인원과의 결정적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결정적으로, 천재원숭이들은 언어를 배웠지만 사람과 달리 호기심을 품지 않았다. 자의식의 근본인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은 물론,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그 작동 원리에 대한 흥미는 없었다.
사람만 호기심을 지닌 동물이고, 질문을 할 줄 아는 존재다. 아인슈타인은 사람들이 천재성을 물어볼 때면 항상 “나는 별다른 재능은 없다. 다만 호기심이 왕성할 따름이다”라고 답변했다. 사실, 오늘날 문명과 과학혁명의 기틀을 마련한 물리법칙도 뉴턴의 위대한 질문에서 비롯했다. “나무에 달린 사과는 떨어지는데, 왜 하늘의 달은 떨어지지 않을까?”
호기심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부족함을 느끼는, 인지적 불만 상태다. 지적 추구를 하게 만드는 동력이고, 인간을 나머지 존재와 구별되는 탁월한 생명체로 만든 요인이다. 호기심은 인류 역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현대사회에서도 삶의 질을 가르는 요인이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의 심리학자 소피 본 스텀(Sophie von Stumm)은 개인의 성공을 예측하는 설명 변수들 가운데 하나만 꼽으라면 그것은 ‘호기심’일 것이라고 2011년 논문 ‘굶주린 정신(The Hungry Mind)’에서 주장했다.
디지털 정보기술은 호기심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류에게 역설적 상황을 가져다줬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세상의 모든 정보에 언제 어디서나 닿을 수 있게 만들었다. 모든 호기심과 질문에 대해서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답변을 즉시 알려주고, 관심을 가진 이들과 연결시켜준다.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여건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호기심을 없애는 기능도 한다. 질문에서 답변에 이르는 길을 극도로 단축시켜, 진정한 호기심이 자라날 여건을 없애기 때문이다.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은 스마트폰 데이터 등 사용자의 패턴을 인식해 ‘검색이 필요없는 검색’ 서비스를 지향한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완벽한 검색엔진이란 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해서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프로깅 기술의 발달로 내가 물어보기 전에, 기계가 먼저 나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똑똑한 기술로 인해 일상에서 질문할 틈이, 호기심을 성숙시킬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 축복이면서 재앙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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