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처 제한된 ‘애플페이’ 맞서
기존 카드 결제기서도 가능하게
범용성 장점으로 새판짜기 나서
구글도 10월에 시장 뛰어들 듯
기존 카드 결제기서도 가능하게
범용성 장점으로 새판짜기 나서
구글도 10월에 시장 뛰어들 듯
스마트폰과 지갑. 현대인이 외출할 때 꼭 챙기는 2개의 필수품이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이 둘이 하나로 합쳐지리라 본다. 전화·메신저·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두루 삼켜버린 스마트폰이 신용카드까지 대신하는 세상이다. 애플이 지난해 10월에 미국에서 ‘애플 페이’를 선보인 데 이어, 삼성전자도 ‘삼성 페이’를 공개하고 20일 이후 국내외 시장에 첫 선을 보이기로 했다. 구글도 오는 10월 페이 서비스를 공개 예정이라, 올 하반기엔 ‘글로벌 아이티(IT) 빅3’가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일 삼성 페이를 국내에 출시한 뒤 25일부터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서비스 시범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발 앞서 출시돼 이 분야 최강자로 버티고 있는 애플 페이에 도전장을 던지는 셈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2015년은 애플 페이의 해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구글은 지난 5월에 ‘안드로이드 페이’ 구상을 소개하고 10월 출시를 예고했다.
글로벌 아이티 세 공룡이 모바일 결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분야가 디지털 영역에서 수익을 안겨줄 차세대 먹을거리로 꼽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구매 수단은 들고 다니며 쓰기 편한 쪽으로 발전해왔다. 물물교환에서 금화·은화로, 지폐로, 신용카드로 바뀐 것이다. 이런 변화로 볼 때 언젠가는 구매 수단이 스마트 기기로 통합되리라는 게 정보기술 업계의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2년까지 약 191조원이었던 세계 모바일 결제 거래액이 2017년에는 800조원까지 성장하리라 내다봤다. 이런 흐름에서 선도 업체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빅데이터까지 장악할 수 있어 사업 잠재력이 커진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당장 현실화하고 있진 않다. 애플 페이의 ‘어중간한 성공’이 대표적 사례다. 출시 때만 해도 지문 인식 한 차례로 결제를 간편화하면서 시장을 재편하리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사용자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시장조사업체 인포스카웃의 조사를 보면,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애플 페이의 이용 비율은 올 6월 13.1%에 그쳤다. 대표적인 걸림돌이 보안과 범용성이다. 디지털 기기에 돈을 맡기는 데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특히 애플 페이는 미국에서도 결제 전용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기가 마련된 매장에서만 쓸 수 있어 지갑을 대신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페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페이의 등장은 범용성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부를 수 있어 주목된다. 삼성은 근거리무선통신뿐 아니라 기존의 신용카드 결제 기기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마그네틱 보안 전송’(MTS) 방식까지 동시에 지원한다. 이론상 기존 매장 대부분이 별도 비용 없이 삼성 페이 가맹점으로 합류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 나오지 않은 구글 안드로이드 페이도 범용성에서 강점이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자사의 스마트폰 사용자만 페이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최대 매력이다. 세 회사의 경쟁이 사용자 습관을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삼성전자가 지난 13일 삼성 페이와 함께 공개한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의 국내 시장 출시일도 20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0일 한국을 시작으로, 21일 북미에서, 28일 이후 중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 출시는 9월 초로 예정돼 있다.
권오성 이정훈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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