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대리점에 진열돼 있는 스마트폰들. 한겨레 자료 사진
이동통신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기존에 쓰던 요금제에서 발생하는 위약금을 대리점이 법인카드로 대납해주는 신종 불법 보조금 수법이 드러났다.
지난 2일 경기 남부 지역 한 도시 번화가의 에스케이텔레콤(SKT) 대리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제보를 받고 직접 확인을 위해 실제 번호이동을 하려는 ㄱ씨를 만났다. ㄱ씨가 대리점에서 번호이동을 하려 한다고 하자 상담원은 인적사항과 어떤 단말기와 요금제로 옮겨탈 것인지 등을 확인했다. ㄱ씨가 최신 갤럭시S6와 고가 데이터 요금제로 옮기겠다고 하자, 상담원은 비용을 따져본 뒤 발생 위약금에 대해 “저희가 수납을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단말기 보조금 등을 포함 20만원대였는데 모두 대리점에서 처리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에서 규정하는 ‘보조금 외의 지원’으로, 불법이다.
과거에도 이통 3사가 상대방 가입자 뺏기 경쟁을 하면서 위약금을 내주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이번 경우 특이한 점은 대리점이 이를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넣어주는 게 아니라 자기 법인카드로 직접 결제해 줬다는 점이다. 대리점 직원은 ㄱ씨가 번호이동을 수락하자 즉시 인근 타사 이통사 점포에 가서 20만원 대의 위약금을 일시불로 결제했다. 반환 결제를 받은 점포 사장은 “‘이렇게 해도 되냐’고 했더니 ‘회사에서 해줘도 된다’고 했다더라”라고 말했다. 해당 점포는 같은 카드로 지난 넉달 동안 결제받은 위약금 반환 건수가 총 30건, 금액은 6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주변에 이통 3사 매장만 10곳이 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중요 상권이다. 해당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은 ‘우수 대리점’으로 꼽힐 정도로 큰 곳이다. 경쟁사 시장분석 담당자는 “해당 대리점은 10개 이상의 대리점·판매점을 거느린 체인형 유통회사의 한 곳으로 한달에 2800~3000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큰 곳이다. 그만큼 법인카드 대납 불법영업이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인근 경쟁 점포 점주는 “고객들이 와서 ‘어디는 위약금 대납을 다 해주는데 여기는 (안주는 만큼) 이윤을 남기냐’고 따지니 힘들다”고 말했다.
경쟁사는 이런 식의 카드 대납이 이뤄지는 이유로 번호이동 전에 반환금 결제가 즉시 끝나면 전산상에 흔적이 남지 않아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등에서 적발될 가능성이 낮은 점을 꼽는다. 현찰로 줄 경우 매장에서 현금 관리가 어려운 점도 꼽힌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텔레콤은 “과거 일부 이런 방식의 불법 보조금 지급이 있었으나 근절된 것으로 알았다. 유통망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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