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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4월 시행 음란물 차단 ‘청소년 스마트폰 필터링’, 부모 역할 배제 ‘자녀 감시 앱’ 전락

등록 2015-06-25 21:16수정 2015-06-26 10:01

학생 알권리·표현의 자유 침해
“잠재적 범죄자 대하는 것 같아”
학부모 원치 않아도 서비스 강제
“차단 외 감시 기능 최소화해야”
지난 4월16일부터 바뀐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이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사업자는 불법 음란물 등을 차단하는 앱을 스마트폰에 까는 의무를 지게 됐다. 이 앱이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다가 15일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경우 부모(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할 책임도 진다. ‘초등학생조차 야동(야한 동영상)을 돌려본다’는 스마트폰 폐해의 대책으로 도입되었지만, 예외 없는 감시형 조처가 학생, 학부모, 사업자 모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들은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 받는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강연장에서 인터넷 표현의 자유 감시단체 ‘오픈넷’ 주최로 열린 ‘청소년 스마트폰 필터링’포럼 참가자들이 가장 문제로 본 지점도 여기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활동가 ‘루블릭’(가명)은 “교내 스마트폰 수거, 게임 셧다운제 등 일단 막고보자는 관행이 스마트폰 필터링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해당 앱은 차단뿐 아니라 위치추적, 인터넷 검색내역 확인, 사용시간 제한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개발자 이준행씨는 “이런 프로그램은 기술 면에서 기업의 노동자 감시 앱, 정부의 성범죄자 감시 발찌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보호 조처임에도 잠재적 범죄자를 대하는 것과 같은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은 “감시는 청소년의 사생활 형성을 방해하는 중대한 침해”라고 말했다. 무엇을 차단할지도 청소년보호위원회 소수의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부모의 역할도 배제된다. 서비스 가입 때 강제되는 식이라 학부모가 원치 않아도 따를 수밖에 없다. 서희석 부산대 교수(법학)는 “아이의 인터넷 환경정비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보호자다. 국가는 보조 역할을 해야 하는데 법은 이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법은 부모를 ‘앱이 15일간 작동하지 않는 경우 고지 받는 이’로만 언급한다.

사업자도 곤혹스러워한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앱 개발자는 “법이 차단만 명시하고 그밖의 내용은 밝히지 않아 개발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차단은 강한 기능이라 섬세하게 조정할 부분이 많은데 이에 대한 지침이 없는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통사 관계자는 “유해물 차단은 학부모들 사이에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미 해온 네트워크 차단과 중복되기 때문에 자원 낭비가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차단이란 유해 사이트가 인터넷 창에서 아예 뜨지 않도록 네트워크 단계에서 막는 것이다. 앱으로 또 막는 중복이란 뜻이다. 감시형 앱은 서버에 청소년의 이용 정보를 축적하게 되는데 기업이 이를 무분별하게 활용할 위험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입법 보완과 더불어 청소년 인터넷 사용에 대한 총체적 철학 정립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차단 외에 감시 기능들은 최소화하고 설치를 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서 교수는 “앞서 도입한 일본의 경우, 총리를 비롯 법무·교육·후생·경제대신이 모두 참여하는 청소년 정책위원회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했는데,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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