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톡’
요즘 주변에서 ‘기가’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모 통신사는 이 단어를 마케팅의 열쇳말로 삼기도 했다. 점점 빨라지는 통신 속도가 큰 데이터 단위인 기가까지 올라간다고 들린다. 실제 이동통신 3사는 무선통신 속도가 이론상 최대 1.17기가비피에스(Gbps) 급의 통신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이달중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통신 속도의 단위는 초당으로 계산된다. 그럼 내가 쓰는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기본 제공 데이터량이 6기가바이트(GB)라면(요금제 5만원 대) 1기가 속도 환경에선 6초면 다 소진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일까?
그렇게 단순하게 계산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선 속도의 ‘기가’와 제공 데이터의 ‘기가’는 단위가 다르다. 속도 단위인 기가비피에스(Gbps)에서 단위인 b는 비트(bit)다. 0 또는 1로 이뤄지는 디지털 데이터의 최소 단위다. 즉 기가비피에스는 1초당 기가 비트를 전송한다는 뜻이다. 반면 종량제에서 말하는 단위인 B는 바이트(byte)다. 1바이트는 8비트다. 단순히 말하자면 통신 속도에서 8을 나눠줘야 제공 데이터에서 말하는 양과 같아진다는 이야기다. 즉 1기가 속도라면 초당 최대 0.125기가바이트를 내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쓰는 데이터량이 모두 유료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료 데이터 소진속도는 더 떨어진다.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가 내놓는 모든 기가급의 무선 통신 기술은 엘티이(LTE)망과 와이파이망을 묶어서 1.17기가의 속도를 내는 방식이다. 엘티이와 와이파이라는 고속도로 양쪽으로 모두 데이터를 보내서 같은 시간에 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내는 기술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와이파이망은 무료다. 그럼 기가 무선통신을 할 때 유료와 무료 데이터 사용 비율은 얼마나 될까? 이는 사용자 현재 통신 환경에 따라서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괄해 말하긴 어렵지만, 최대속도의 경우로 가정하면 1 대 3 정도가 된다. 1.17Gbps 속도에서 엘티이 0.3Gbps, 와이파이 0.87Gbps의 데이터 폭을 쓰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료 데이터 소진 속도는 떨어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기가 무선 환경에서 데이터 소진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최대 속도의 경우 현행 10만원 대 요금제의 기본제공량인 30GB를 14분이면 다 쓸 수 있다. 게다가 현재 무선통신 4세대(G)로 불리는 엘티이 통신망은 2020년까지 점차 5세대(G)로 계승될 것이다. 5세대 최고 전송속도는 20Gbps로 이론상 초당 2.5기가바이트를 다운받을 수 있는 속도다. 동영상, 게임, 음악 뿐 아니라 가상현실이나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속도지만, 지금의 데이터 요금을 적용한다면 서비스 이용에 엄청난 돈이 든다. 앞으로도 사업자와 이용자 사이 데이터 요금 줄다리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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