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8일 민간기업에 기술 이전 및 상용화 착수를 알린 골프 코칭 시스템의 예시 화면. 인공지능 컴퓨터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동작인식으로 감지하고 자세 등의 문제점을 교정하도록 전문가 수준의 코치를 해준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인공지능 골프 훈련기술 상용화
프로스포츠와 정보기술 결합 치열
양키스 고용 데이터과학자 6~7명
상대팀 데이터베이스 해킹사건도
프로스포츠와 정보기술 결합 치열
양키스 고용 데이터과학자 6~7명
상대팀 데이터베이스 해킹사건도
지난 1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팀은 아쉽게 오스트레일리아에 승리를 내줬지만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중에 장현수 선수가 당시 연장 전후반 30분을 근육 경련(쥐)을 참고 뛴 것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낳았다. 쥐가 아니었다면 우승팀이 뒤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 변수는 돌발 상황에 가까워 통제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보처리 기술과 스포츠의 결합은 이런 것까지 감독과 코치의 예상과 통제 아래 두게 하는, 마법과 같은 일들을 점차 현실화해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8일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포츠 훈련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해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종목은 골프다. 이용자의 움직임을 관찰해 컴퓨터가 자세 등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코치를 해준다. 최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두 기술이 포함됐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과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동작인식’ 기술이다. 해당 원천기술을 제공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 기술은 기존에 인식이 불가능했던 복잡한 동작까지 인식 가능한 점이 특징”이라며 “앞으로 전문 트레이너가 필요한 피트니스, 야구, 태권도와 재활치료 등에 적용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운동을 반도체 칩과 전선으로 구성된 기계로부터 배우는 시대의 도래다.
스포츠와 정보기술의 결합은 프로스포츠 영역에서 치열하다. 월드컵에서 지난해 독일이 우승을 거머쥔 숨은 바탕에 선수들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이 있었다는 사실이 관심을 크게 증폭시켰다. 독일 대표팀은 독일 최대 정보기술 기업인 에스에이피(SAP)의 ‘매치 인사이츠’라는 프로그램을 훈련과 경기에 활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훈련중인 선수들의 무릎과 어깨에 부착된 4개의 센서를 통해 운동량부터 순간속도, 심박수, 슈팅 동작·방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한다. 센서 1개당 1분에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은 1만2천개에 이른다. 분석 결과는 태블릿피시(PC)를 통해 감독과 코치들에게 전달된다. 이런 생체정보를 축적하면 어떤 상황에서 언제 쥐가 날지에 대한 예측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경기 중에는 센서 부착이 금지되기 때문에 카메라로 선수들을 관찰해 분석하고 다음 경기에 반영했다. 꼭 이 시스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독일은 본선에서부터 평균 공점유율 63%와 패스 성공률 88%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미국 스포츠 데이터 전문기업 ‘스포트비전’의 행크 애덤스 최고경영자는 미 주간지 <애틀랜틱>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 양키스(야구구단)가 고용한 데이터 과학자만 6~7명이다. 야구에선 현재 (데이터 기술)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상대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한 혐의로 야구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사실로 확인되면 야구팀이 상대방을 꺾기 위해 해킹을 벌인 첫 사례다. 선수들의 훈련과 기량 향상보다 승리를 위한 정보 한 조각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데이터 스포츠 시대’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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