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온공주는 조선 23대 왕 순조의 넷째딸이다. 23살에 숨진 그가 남긴 의복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귀한 유물들이다. 지난 14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강당에서 열린 구글의 기자간담회 자리, 대형 화면에 덕온공주의 원삼(부녀자의 예복)이 떠있다. 아밋 수드 구글 문화연구소(Cultural Institute) 총괄디렉터는 “이 아름다운 옷을 알아볼까요”라며 화면을 확대해 들어갔다. 그냥은 보일 리 없는 올과 올이 엮인 소재의 내밀한 부분까지 확대되자 객석에선 짧은 탄성이 나왔다. 뉴욕현대미술관(모마)에 소장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분수대 등 각종 문화유산을 세계 어디의 누구나 접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문화연구소의 인터넷 ‘아트 프로젝트’ 서비스다.
수드 총괄디렉터는 이번에 새롭게 국내 10개 파트너와 작업한 1500개 이상의 예술품을 인터넷에 소개했다. 이 아트프로젝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1150만명이 팔로우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모든 콘텐츠는 무료제공되며 광고도 붙지 않는다. 수드 총괄은 간담회 뒤 <한겨레>와 만나 “지난 발렌타인데이 때 ‘사랑’에 대한 작품들을 모아 인터넷 특별전을 열어 큰 호응을 받았다. 지금 인터넷에서 ‘사랑’을 검색한다면 예술과는 무관한 선정적인 것들만 얻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에 문화가 있었다면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년전부터 예술작품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쉽게 예술품을 접할 수 있는 서구와 인도의 격차를 느끼면서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700개 미술관·박물관 등 파트너와 함께 600만개가 넘는 유물과 예술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검색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 제국’에 대한 우려가 커가는 상황이다. 유럽이 검색시장에서 구글에 대한 반독점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 기업이 자신들의 문화와 정신마저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도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이 더 미국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다른 다양한 문화권의 콘텐츠들을 더 올려야 한다. 구글은 미국 회사다. 문화적으로 더 다양해지지 않으면 인터넷은 점점 더 미국화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모든 예술품을 볼 수 있다면 사람들은 현실의 미술관과 멀어지지 않을까? 그는 “지난해 세계 박물관·예술관 방문객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동시에 관련 디지털 프로젝트도 가장 많은 해였다. 인터넷으로 알게 되면 더 경험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다. 디지털은 현실의 보완재일 뿐, 대체재가 될 순 없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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