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할인율은 24일부터 적용
“선거 앞둔 선심 정책 아니냐”
갑작스런 인상 배경 해석 분분
단통법 취지 어긋난다는 지적도
“선거 앞둔 선심 정책 아니냐”
갑작스런 인상 배경 해석 분분
단통법 취지 어긋난다는 지적도
휴대전화 단말기 구매 보조금의 상한액이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요금할인율도 12%에서 20%로 대폭 오른다. 소비자 혜택을 높이는 방향이지만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의 애초 목표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상이 갑작스럽고 그 과정에 무리한 측면이 있어 4·29 재보궐선거를 앞둔 ‘선심용’ 정책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보조금 상한액을 3만원 올린 33만원으로 조정하는 안을 의결했다. 보조금 상한액은 이동통신사 대리점 등에서 단말기를 구매할 때 제조사와 이통사가 구매자에게 주는 보조금의 상한을 말한다. 앞서 정부는 이통사 간 판매경쟁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는 큰 보조금을 받고 일부는 적은 금액을 받아 차별이 있다며, 지난해 10월 단통법 시행 때 상한액을 30만원으로 정했다.
이날 회의에선 상한액 상향을 놓고 방통위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쟁점은 상한액 조정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데 모였다. 전체 위원(5명) 가운데 여당 쪽 추천 3명은 상한액을 높이는 게 소비자를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찬성했다. 반면 야당 쪽 김재홍 위원은 그런 방향을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혜택을 받는 이들은 미미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그 근거로 현재도 상한액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통사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시장 상황이 이런데도 급작스레 상한액 조정을 안건으로 올린 배경엔 선거를 겨냥한 경기 진작 목표에 방통위가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상한액까지 보조금이 지급되더라도 혜택은 소비자가 아니라 휴대전화 제조사가 보게 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실제 단말기 구매가는 출고가에서 보조금을 뺀 금액이다. 보조금 상한액을 높이면 제조사는 그만큼 출고가를 높여 책정할 여지가 커진다. 소비자는 결국 비슷한 금액에 구매를 하고 제조사와 이통사가 서로 나눠갖는 수익 비율만 달라지는 셈이다.
특히 현재 단말기 시장은 삼성전자가 과점하는 구조다. 단통법은 애초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를 주요 정책 목표로 삼았지만,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 액수를 공개하는 ‘분리공시제’가 폐기되면서 달성하기 어렵게 돼버렸다. 야당 쪽 고삼석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방통위가) 제조사들의 단말기 가격에 대해서는 손도 못 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엔, 미래창조과학부가 방통위와 함께 브리핑을 열어 이동통신 요금할인율을 현행 12%에서 20%로 8%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요금할인율은 대리점에서 단말기 구매와 함께 통신서비스에 가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따로 단말기를 가져와 이동전화 서비스에 가입할 때 받을 수 있는 할인 비율이다.
정부는 이런 자급형 이용자가 단말기 구매자에 견줘 받는 상대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 단통법에 이를 도입한 바 있다. 미래부는 “이번 상향으로 자급제 이용자가 늘어나면 다양한 단말기가 활용되면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미래부와 방통위의 결정 과정을 두고 독립적 규제기구인 방통위가 정부(미래부)에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금할인율은 취지상 보조금에 연동하여 결정되는데 미래부는 이날 방통위의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상한액 조정을 기정사실화한 뒤, 오후의 할인율 브리핑 일정을 잡아버렸다.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보조금 상한액의 15% 범위 안에서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조정된 상한액은 당장 적용되며, 구매자가 단말기 구입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액수는 37만9500원이다. 요금할인율 20%는 오는 24일부터 적용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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